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지난 24일,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에 추가한다는 내용의 ‘신의료기술의 안정성, 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일부개정안을 최근 행정 예고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이 지난 25일 ‘감정자유기법(Emotional Freedom Techniques)’, 소위 ‘경혈 두드리기’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이하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신의료기술이라고 행정 예고한 것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의쟁투 “경헐 두드리는 것으로 치료 효과 있다는 것은 납득안돼”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이하 의쟁투)는 “의료는 의학에 기초한 근거중심 학문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의 특성상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NECA가 ‘경혈 두드리기’를 신의료기술로 평가했다는 것이 매우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PTSD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도 세분화된 영역에 포함되는 질환이고, 치료 및 통증완화 기술 또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데, 단지 경헐을 두드리는 것으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경혈 두드리기’가 PTSD 환자의 특수한 상태나 심리적인 사유로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NECA는 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국민건강을 보호해야한다는 주장이다.
NECA는 지난 2015년 “감정자유기법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선택된 문헌 대부분에서 사용대상이 의학적 혹은 임상적 특징이 결여되어 있고, 연구자의 객관적 평가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설문 평가만으로 결과가 보고되어 증상 및 삶의 질 개선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보기 어려워 아직은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의 기술이라고 심의했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의쟁투는 “지금은 어떤 근거로, ‘경혈 두드리기’가 심지어 PTSD 환자에게 유효하다고 판단했는지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경혈 두드리기’로 인해 야기될 우리나라 PTSD 환자 치료에 대한 혼란과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의 피해, 그리고 국민 의료비 낭비의 책임이 복지부와 NECA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지금이라도 복지부와 NECA는 ‘경혈 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 Emotional Freedom Techniques)’의 신의료기술 평가를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신의료기술 등재 환영, 다양한 한의치료 등재 ‘신호탄’되기를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감정자유기법(EFT; Emotional Freedom Techniques)’의 신의료기술 등재를 환영하며, 이번 결과가 향후 다양한 한의치료의 신의료기술 등재에 청신호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감정자유기법’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ST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논문들이 다수 발표됐으며, 국내에서는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화병과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각각 임상연구를 실시한 바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자유기법’은 이미 많은 한의사들이 진료에 활용하고 있는 치료법으로,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후 한의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 환자가 스스로 시행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한의협은 “이번에도 의협 등 의계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논리로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 심지어 지난 26일에는 보건의료연구원 앞으로 찾아가 항의집회를 열고 ‘감정자유기법’의 신의료기술 등재가 즉각 철회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만용을 부리기까지 했다”며, “‘감정자유기법’이 안전성은 확보됐으나 유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똑같은 국가기관의 검증시스템을 활용해 신의료기술로 인증된 의계의 수많은 치료법들 역시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의계의 이 같은 주장은 자신들만이 맞다는 삐뚤어진 선민의식에서 나온 억지에 불과하다. 잘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옳지 눈과 귀를 막은 채 무조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의약이라면 맹목적으로 반대하고 폄훼하는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며, “의계의 이 같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결국 국민의 지탄과 외면만이 돌아오게 될 것임을 수 차례 경고해왔다. 이제는 정말 의계 스스로의 자성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감정자유기법’은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경락체계의 기능이상으로 나타난다’는 전제 아래, 경락의 기시(起始)와 종지(終止)의 정해진 경혈점들을 두드려 자극하여 경락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안정시키는 치료법으로, 준비단계와 기본 두드리기 단계, 뇌조율 과정의 3단계로 이뤄진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