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최근 개최된 미국임상암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이하 ASCO)에서는 국내 연구자들의 구연 및 포스터 등 총 184건의 발표가 진행됐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강진형)는 이중 대표적인 연구결과들에 대해 소개했다.
강진형(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회장은 “최근 ASCO에서 국내 연구자들의 주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국내 연구기관 및 연구자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고, 동시에 국내에서 주요한 임상이 더 활발히 진행되면서 나타난 쾌거로 보인다”고 밝혔다.
◆젊은 유방암 환자 대상,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주목
서양에서 시작된 대부분의 다국가 임상시험은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돼 난소 기능이 보존돼 있어,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나와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젊은 폐경 전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젊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박연희 교수와 임석아 교수 연구는 큰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50%가 50세 이하의 폐경 전 유방암 환자로 70~85%가 폐경 후 연령에 발생하는 서구에 비해 유방암 환자들의 나이가 젊다. 유방암이 발병했을 때 연령이 젊다면 암 진행이 더 빠르고 공격적일 수 있다. 암 세포를 빠르게 증식하도록 도와주는 세포주기 관련 단백질들과 신호전달 단백질들이 증가돼 공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한편 팔보시클립과 리보시클립은 세포 분열과 성장을 조절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를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제이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국제적으로는 호르몬제와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표준치료다.
◆박연희 교수, 폐경 전 유방암 치료 임상연구결과 발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 연구진인 박연희(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교수는 아시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폐경 전 유방암 치료에 관한 중요한 임상연구 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이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 14개 기관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한 다기관 국내 임상시험인 KCSG-BR 15-10 연구결과로 더 의미가 있다.
이 임상은 폐경 전 호르몬 수용체 양성의 전이성 유방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인 카페시타빈 단독 요법에 비해, 표적치료제 조합인 CDK4/6 억제제(팔보시클립)와 호르몬 치료(엑스메스탄+류프롤리드) 병합 요법이 가진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기 위한 무작위배정, 2상 연구로 설계됐다.
임상 결과 카페시타빈 단독 치료에 비해 CDK4/6 억제제 및 호르몬 치료 병합 요법이 더 우수한 무진행생존기간(PFS 19.0개월 vs. 11.3개월)을 보여줬다. 다만, 3등급 이상의 혈액학적 독성이 병합 요법군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60% vs 19.2%).
박연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타목시펜을 보조요법 혹은 1차 요법으로 사용한 폐경 전 여성에서 당시 표준치료 중 하나였던 카페시타빈이라는 항암제에 비해 팔보시클립과 난소기능억제제/엑세메스탄 호르몬 치료제 병합요법이 무진행생존기간을 연장시켰다는 것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임석아 교수, MONALEESA-7 연구 주도 결과 발표
서울대의대 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폐경전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난소기능억제제인 고세렐린과 여성 호르몬 억제제에 CDK4/6 억제제(리보시클립)를 추가할 때 효과를 보기 위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기엔 아시아-태평양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기획됐지만 유럽과 미국 연구자들도 합류하는 글로벌 대규모 3상 허가 목적 임상시험으로 진행되면서 임상시험 개념 정립단계부터 최종 분석까지 임석아 교수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 회원인 서울아산병원 정경해 교수, 세브란스병원 손주혁 교수, 국립암센터 이근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현 교수 등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에서 적극적으로 환자를 등록했고, 전체 환자의 30%가 아시아 환자였다.
호르몬수용체 양성, 인간상피증식인자수용체-2 음성(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분비 1차 요법으로 시행된 이번 연구는 내분비 요법(고세렐린+아로마타제 억제제 또는 고세렐린+타목시펜)에 CDK4/6 억제제인 리보시클립을 추가해 전체 환자군 분석(ITT, 672명)에서 42개월째 전체생존률을 내분비 요법 단독 투여군의 46%에서 70.2%로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높였다.
임석아 교수는 “임상 결과 독성이나 부작용은 과거에 보고된 것과 유사하게 나타났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유방암의 표적치료제로는 처음으로 전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 임상은 젊은 폐경전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연구로, 임석아 교수를 제1저자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됐다.
◆김태원 교수, 벨바라페닙 1상 결과 구연 발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는 벨바라페닙(HM95573)의 1상 연구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RAS 혹은 RAF 돌연변이를 가진 고형암 환자에서 항종양효과를 보인 전임상연구를 기반으로 시행된 1상 임상시험이다. 벨바라페닙은 고무적인 반응률을 보였다(특히 NRAS 흑색종에서의 반응율 44%). 피부 발진 등이 주된 부작용이었고, 내약성이 양호했다.
국내 개발 중인 항암제로 First-in-Human 연구가 ASCO에서 구연된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국내 항암제 개발 및 임상시험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벨바라페닙은 코비메티닙과 병용하는 임상시험을 현재 진행중이다.
◆박세훈 교수, 위암 환자 대상 ARTIST-2 연구 결과 구연 발표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세훈 교수는 국소림프절 전이를 동반한 2-3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 혹은 보조항암방사선병용요법의 효과를 비교한 ARTIST-2 연구의 결과를 구연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보고된 ARTIST 연구의 후속으로 진행된 국내 다기관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의 표준 치료 중 하나인 S-1 1년 투여(S-1 단독군)를 대조군으로, S-1과 옥살리플라틴 병용치료인 SOX 6개월 치료 (SOX) 및 SOX에 방사선치료를 결합한 SOXRT의 두 가지 치료를 각각 시험군으로 배정하여 1:1:1의 3개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계획된 대상자 855명 중 기등록된 538명을 대상으로 중간결과를 보고한 본 발표에서 S-1단독군에 비해 SOX군 및 SOXRT군이 1차 결과지표인 무질병진행생존기간(Disease-free survival, 이하 DFS)이 더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DFS 비율을 비교하면 S-1 단독, SOX, SOXRT의 세 치료군에서 각각 65%, 78%, 73%로 나타나, S-1 단독에 비해 SOX나 SOXRT의 치료 성적이 더 좋았다. 다만, SOX와 SOXRT 간의 DFS 차이는 뚜렷한 통계적 차이를 보이지 않아 이 두 치료는 모두 S-1 단독치료에 비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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