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을 두고 또 다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협은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막중한 책무를 완수해 내기 위해 한의학적 근거와 원리에 따라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밝혔다.
이에 의협은 “한의원에서 아나필락시스 같은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한의사들에게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고, 모든 한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몰염치한 발상이다”고 반박했다.
이는 지난 5월 한 한의원에서 30대 여성(초등학교 교사)이 허리 통증 치료를 위해 봉침 시술을 받다가 가슴 통증과 열을 호소한 후 쇼크 증세와 함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후 이어지고 있다.
한의협은 “현행 법 규정에는 한의의료기관에서 ‘에피네프린’과 같은 응급의약품을 구비하여 유사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는 상태지만 양방측의 극렬한 반대로 전문의약품이 포함되어 있는 응급키트를 자유롭게 비치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의약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할 수 없는 황당하고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경우 응급구조사가 ‘에피네프린’ 등 다양한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고 영국은 ‘에피네프린’을 포함한 20~30여종의 약물투여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양방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부딪혀 한의사가 봉독 이상반응(일명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필요한 ‘에피네프린’과 항히스타민 등의 응급상황 대비 의약품을 단지 ‘전문의약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며,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라는 의료인 본연의 임무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진료에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적극 활용할 것이며, 빠른 시일 내에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협은 이번 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봉침을 비롯한 한의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약침은 의약품으로 분류가 되지 않아 안전성과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번 사고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봉침과 같은 한의원의 약침행위에 대해 검증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으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지금과 같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이러한 참사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의협은 한의사 회원들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봉침사용을 즉시 중지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임에도, 이러한 위급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에피네프린과 같은 응급 전문의약품을 구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는 사실에 말 그대로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러한 기본적인 상식과 양심이 없는 단체가 한의사들을 대표하고, 의료인 단체의 한 직역이라는 것이 실로 놀랍고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협은 한의협의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고, 한의원에서 응급전문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고소·고발을 포함한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대한한의사협회와 한의협 이사회, 한의협 최혁용 회장에 대한 고발조치가 진행된 상황이다.
이는 에피네프린과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등의 전문의약품 응급 구조약에 대한 사용을 안내한 혐의다.
한편 의협은 복지부와 식약처에 ▲봉침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까지 한의원 봉침사용의 즉각 중지▲봉침을 비롯한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약침을 의약품으로 분류, 철저한 관리 ▲약침을 포함한 한의원의 모든 한약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의무 제도화 ▲원외탕전실에서 제조되는 한약 자체에 대한 검증이 없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의 즉각 중단, 원외탕전실 제도 폐기 ▲한의협을 의료법 28조 의료인 단체에서 제외시켜라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