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체검사 위탁관리료 10% 가산을 폐지하고 위·수탁기관 간 정산 비율을 정부 고시로 고정하는 방안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연간 1000억 원 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10월 건정심 상정 예측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지난 9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초음파학회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신임 과장을 만나 확인한 결과, 정부가 검체 수탁 제도 개편을 100% 진행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개편안은 기존 검사 수가의 10%를 추가로 지급하던 위탁검사관리료를 완전히 폐지하고, 남은 검사비 100%를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고시된 비율에 따라 나누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의원은 전체 검사료 100%를 심사평가원에 직접 청구하되, 검사기관과 협의한 비율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복지부는 이를 오는 10월 2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하고, 전산 개편을 거쳐 2026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위탁검사관리료 10%는 1년이면 거의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이 돈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10년이면 1조 원이다. 이는 단순한 의원의 경영 악화 차원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
◆채혈관리료 신설 요구
이 회장은 다음 단계로 검체 검사 수가 자체를 인하할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정부가 영상 수가를 낮춘 것처럼 비율 분할을 제도화한 뒤 검체 수가도 낮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한내과의사회는 ‘채혈관리료’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채혈은 15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관리 행위이다. 비율을 나누지 말고,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때처럼 별도의 채혈 및 관리 행위에 대한 수가를 신설해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시행 시기나 방식이라도 조율할 수 있도록 완급 조절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의협 대응에 불만 이어져
이 회장은 의협의 대응에 대해서도 “지난 9월 25일 의협 TF 회의에 참석했지만, 5년 전에 했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할 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도리어 내과의사회에 대응책을 요청하기에 시도회장단 의견을 수렴한 정부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정 갈등이라는 블랙홀이 사라지니 성분명 처방,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 숨어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데 의협은 회원들에게 고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내과의사회는 지난 9월 18일 이미 대책 논의를 마치고 의협에 4가지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 회장은 “의대생, 전공의 문제처럼 의협 회장이 직접 장·차관과 담판을 지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의정 갈등에서처럼 협회장이 정부와 담판 협상도 고려해야 할 국면인데 현장에 별다른 설명조차 내놓지 못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문제
이 회장은 10월 25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 시행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시행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의협이 회원들에게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내과의사회는 자체적으로 회원 동의서 양식과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했으며, 전산 업체에도 질의 공문을 보내 준비를 끝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추석 연휴와 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겹치는 바쁜 시기에 갑자기 제도가 시행되면, 일선 의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며 “의협이 회원 보호에 실패해 개원의 단체들이 스스로 나서서 준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협만 믿고 맡길 수 없으니 현장이 직접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채 조직만 늘려가니 정작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나 지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의협은 회원을 대신해 정부와 직접 맞서야 할 단체다. 회원들에게 체감되는 대책 없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회원들의 신뢰를 잃고 존재 의미조차 사라질 수 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다양한 지혜를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