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심사 결함으로 지급된 진료비를 소급 환수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권한남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 회장 유환욱)는 지난 14일 코엑스 E홀에서 개최된 추계 연수강좌에서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급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진료행위 청구분에 대해 전산심사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심결 지급한 뒤, 추후 파악해 요양기관에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현지조사 등을 통해 부당청구로 몰아 환수하는 일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환욱 회장은 “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잠시 주춤하던 현지조사가 작년 가을부터 비대면 방식으로 시작되더니, 최근에는 다시 방문 조사가 재개되고 있다. 문제는 그 형식보다 내용이다”며, “전산심사에서 심결 지급된 진료비에 대해 뒤늦게 급여기준 미비임을 들어 부당청구로 몰고 소급 환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작년에 심평원의 타깃이 되었던 접구개신경절차단술을 제시했다.
유 회장에 따르면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차단술-접구개신경절(LA234000)의 경우 C-arm(씨암)이라는 장비로 촬영하면서 시술 후 청구하는 항목이지만, 최근 초음파나 육안으로 보면서 시술하고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급여기준 상 반드시 C-arm을 보면서 시술하도록 되어 있어, 초음파 등으로 보면서 시술할 경우 아무리 정확하게 시술을 해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회원들이 급여기준을 잘 모르고 청구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심평원이 전산심사로 심결 지급을 해오다, 수개월에서 심지어 수년 후에 이를 문제 삼아 소급환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과거에 이런 행위들은 C-arm 영상 자료를 심사 당시 받아서 심결을 했으므로, 자료가 없다면 심사조정(삭감)을 당하거나 추가로 제출하곤 했었다. 그런데 심평원의 심사가 대부분 전산으로 바뀌면서 급여기준 미비를 걸러내지 못하고 추후에 잔뜩 쌓아서 소급 환수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며, “의사 회원들이 처음부터 영상 자료가 없을 경우 청구가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후 영상 자료를 청구 시 첨부하거나 아예 시술이나 청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심평원에서 제대로 심사하지 못해서 수개월 내지 수년이 지난 후 급여기준 미비로 누적해서 환수한다면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작년부터 이 건으로 고통받고 있는 의원협회 회원들은 “청구 전에 급여 기준을 세심히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의사들은 수많은 급여기준을 다 외우고 있지 못하다. 청구했더니 삭감 당하면 그때서야 급여기준을 확인하곤 한다. 그러니 청구 시 심사조정 되지 않고 진료비용을 지급받게 되면 당연히 규정에 맞는 시술을 했다고 받아들이지 않겠나.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몇 달 몇 년 치를 부당청구로 몰아서 환수한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이에 유 회장은 “전산심사 결함으로 기 지급된 진료비를 소급 환수하는 경우는 비단 이것뿐만 아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면 급여기준을 개선하고 전산심사의 기술적 방식을 보완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없이 무조건 몰아서 환수하겠다고 하니 이는 심평원의 문제를 요양기관에 전가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사전 통보나 계도 없이 기 지급한 진료비를 소급해서 환수하면서 업무정지 및 과징금까지 추징하는 것은 요양기관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해당 건을 비롯한 각종 소급환수 건에 대해 회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며, 급여기준이 모호하거나 제도 상 결함이 있어 피해를 입은 회원이 있다면 언제든지 의원협회와 상의해달라고 안내했다.
유 회장은 “심평원이 발족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의사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며, “최근 심사 건수의 다수가 전산으로 바뀌면서 업무가 선진화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심사체계 개편을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문제가 된 전산심사의 결함을 보완하기 전까지는 일체의 소급환수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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