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는 다학제, 융합 등이 강조되는 상황이지만 의대 교육은 기존 틀을 벗어나지 못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적인 교육이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성 발현 교육으로 대폭 변화되고 이런 지적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절대평가제도 도입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도입 초기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 속에서도 국내 최초로 절대평가(Pass/Non-pass) 제도를 도입한 연세대 의과대학(학장 송시영)이 첫 졸업생을 배출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모았다.
연세의대는 지난 22일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1층 유일한 홀에서 개최된 ‘의과대학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절대평가제도에 대한 경험을 소개했다.
◆절대평가제도=융합형 창의인재 육성 교육제도
송시영 연세의대 학장은 절대평가제도에 대해 ‘융합형 창의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제도라고 평가했다.
송시영 학장은 “의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미래 의사가 갖추어야 하는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의학지식과 임상능력 이외에도 의사소통, 상담, 연계 진료 등의 자질까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등수에 억매이기 보다 의학자가 꼭 알아야 할 기본에 충실하도록 가르쳤으며, 2, 3차 재교육 과정을 통해 완성된 의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주요 장점을 제시했다.
절대평가제도 장정으로 ▲학생들에게 문제해결 및 수행 능력 향상 ▲대학이 설정한 학습목표 달성 ▲자기주도 학습 ▲학생 상호간 협동학습 ▲잠재력과 창의력, 다양성 평가 ▲졸업 후에도 각자 자기 개발 능력 완성시키며 미래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연세의대 안신기 교수는 ‘연세의대 절대평가 4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절대평가제도가 성과중심교육에 더 적절한 평가법이고, 교수중심이 아닌 학생중심 교육을 구축해야 성과중심교육에 가까워진다는 입장도 보였다.
안신기 교수는 상대평가의 문제점으로 ▲학생들의 자신감, 의욕, 꿈을 없앤다는 점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점 ▲동기와 선후배들을 동료가 아닌 적으로 만든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반면 절대평가제도 도입 후 기존 족보와 암기 위주 공부, 성적을 잘 받기위한 교육에 탈피해 ▲의사국시 성취도 전국 평균 상회 ▲연구역량 향상 ▲학생 중심 교육 구현 ▲학생 개별지도, 진로개발 지원 등 제고됐다는 분석이다.
또 학년제 유급제도 대신 과목별 유급제도를 채택, 학생들이 불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을 막고 꼭 필요한 과목의 이수 확률도 높였다.
안 교수는 성과기반 교육을 통해 학생이 자신의 강점과 개선점을 스스로 깨닫는 교육이 실현됐으며, 성찰면담 도입 등으로 교육과정을 학습하는 동시에 학습 계획, 자기이해, 지도교수와의 소통도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종합성과와 역량에 대한 재검토 작업 ▲평가 체계화 ▲졸업학생들의 진로개발 추적관찰 등은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연구역량 향상, 능동적 강의 참여도 UP
절대평가를 통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연구역량이다.
실제 2018년 졸업생들의 경우 게재 논문이 35편(31%), 학술발표 30건(27%), 연구관련 수상 학생과 연구비 수여 학생 각각 13명씩(12%)로 조사됐다.
절대평가에 대한 교수들의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능동적인 강의 참여와 임상실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32.2~35%, 보통까지 포함하면 70.6~74.0%로 조사됐다.
또 절대평가과정 첫 졸업자들의 의사국시 합격률도 98.6%를 달성했다.
연세의대 신경외과학교실 김동성 교수는 ‘학생평가의 패러다임 전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소개했다.
김동성 교수는 “최근 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이 ▲과거 ‘구조 및 과정 중심 교육’에서 ‘역량/성과 중심 교육’으로, ▲‘학습에 대한 평가’가 ‘학습을 촉진하는 평가’로, ▲‘단편적 지식의 수동적 습득’이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학생들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절대평가라고 분석, 실행했고 이같은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로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낼 수 있는 제도”
연세의대 본과 4학년 허성택 군은 “학생들과 교수진간 생각의 차이(학생들은 C등급 정도만 받아서 통과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교수진은 모든 학생을 A등급으로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에)로 유급과 재학습은 있었지만 학생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아주 편하게 물어보고, 답변해주며, (내용을)모르면 같이 찾아보면서 경쟁자보다는 협력관계를 키웠다. 이로 인해 시험점수 기준이 성적이 아닌 자기만족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3학년이 되면서 여유시간이 생기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활동들도 하겠됐다고 소개했다.
즉 연구를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인턴, 복습, 봉사활동, 공부, 진로준비, 소모임 구성, 디자인외주,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고교시절 피아노를 전공하다가 의대에 입학한 한 학생은 피아노앨범을 제작했으며, 또 다른 학생은 전국 의대에 공문을 보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지휘를 맡았고, 인공지능 딥러닝을 공부하며 프로그래밍을 하는 학생, 의학용 그림을 그리거나, 만화를 그려 책으로 출간한 학생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허성택 군은 “학습에 도움이 안된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나도 뮤지컬에 출연했고, 많은 친구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서 경험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설문조사에서 절대평가에 대해 ▲함께 성장하는 학업문화 ▲학교가 학생을 믿는다는 생각이 되는 제도 ▲성적뿐 아니라 삶에 있어 행복과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제도 ▲발전과 성취의 기준을 자신에게 맞추도록 하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객관적 평가툴 부족 등 해결과제도 제기
하지만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의대 부학장은 “연세의대의 이번 절대평가 결과에 대해 기대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며, “문제는 아직 첫 졸업생 배출이라는 점과 졸업생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툴이 부족하다는 점 등은 보완,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절대평가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한 의대 부학장도 “연세의대의 이번 결과에 응원을 해주고 싶다. 다만 절대평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진들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점과 학생 및 학부모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는 점 등이 우선적인 해결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S병원 부원장은 “절대평가를 통해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거나 달라 다른 학교 졸업생들과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아직은 절대평가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절대평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절대평가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어 절대평가에 대한 더 많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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