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이대목동병원의 지질영양제 분주는 부당한 행위가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연구소에 따르면 경찰은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을 아전인수격으로 엉터리 해석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지질영양제 분주할 수 없다고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경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망사건…‘분주’ 관행 때문에 발생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 사망사건이 1993년 병원 개원 시부터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이 ‘주사제 1병을 환아 1명에게만 맞혀야 한다’는 감염관리 지침 ‘1인 1병’ 원칙을 어기고, 주사제 1병을 여러 신생아들에게 나누어 투여하는 ‘분주’ 관행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3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고, 4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문제가 된 ‘스모프리피드’라는 지질영양제가 분주하면 안되는 ‘1인 1병 원칙’에 해당되는 바이알 주사제로 판단했으며, 이를 근거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의료인들을 검찰에 송치한 것이다.
◆경찰,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 잘못 해석
경찰은 “1993년에는 지질영양제가 일주일에 2병까지만 보험 적용이 됐기 때문에 분주 관행이 생긴 것 같다”며, “보건복지부가 1994년에 주사제 잔량까지 보험 적용을 해주는 것으로 행정 지침을 바꿨지만 이대목동병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관행을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즉, 경찰은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에 대해 주사제의 분주를 금지하고 ‘1인 1병’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이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의 1994년 행정해석(보건복지부 급여65720-804호,(94.10.6))은 바이알 주사제의 보험청구 원칙을 밝힌 것일 뿐 감염관리 지침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 행정해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분할 투여가 가능한 바이알 주사제의 경우 실제 주사량에 따라 약가를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단 예외적으로 1바이알 중 부분량을 한 사람에게 주사하고 나머지 양을 보관상 문제 등으로 부득이하게 폐기한 경우에는 1바이알의 약가를 산정할 수 있다.
② 그러나 일부 용량만 사용하고 일률적으로 폐기처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1바이알의 약가를 산정해야 할 경우에는 부득이한 폐기 사유를 해당 요양기관에서 소명해야 한다.
③ 주사약제의 경우 실 주사량에 따라 약가를 산정함이 원칙이므로 1바이알을 2사람 이상에게 나누어 주사하였으면 그에 상응하는 약가를 산정 청구할 것이다.
연구소는 “이 내용을 요약하면 주사 후 폐기된 부분까지 약가를 산정할 수 있지만 주사제를 여러 환자들에게 분주해도 실제 투여량을 인정해줄테니, 일률적으로 폐기처분하지 말고 부득이 한 경우에만 폐기하라는 내용이다”며, “1인 1병 원칙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분주를 권장하는 내용이다”고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경찰은 이 행정해석에 대해 주사제 분주 금지 및 ‘1인 1병’ 원칙 강조로 잘못 해석하여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질병관리본부 유권해석이 잘못된 해석인 이유는?
연구소는 스모프리피드는 분주가 가능한 다회용량 바이알이 아니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된 해석이라는 이유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7월 28일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침에는 ‘의료관련감염표준예방지침’에 ‘다회용량 바이알을 사용하는 경우 가능하다면 한 명의 환자에게 사용한다’고 되어 있고, 이 중 ‘가능하다면’이라는 전제가 달려있고 이를 강제하는 법 조항은 없다.
이에 경찰은 고심하다가, 지난 1월 질본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연구소는 “이러한 의뢰 자체가 스모프리피드의 분주가 감염관리 지침위반이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음을 경찰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본은 “해당 지질영양 주사제는 다회용량 바이알이 아니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와 질본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의 권고사항에 배치된다”고 경찰에 회신했다.
즉, 질본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들에게 투여한 스모프리피드가 애초에 다회용량 바이알이 아니므로 무조건 1인당 1바이알을 사용했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는 것.
연구소는 “이같은 질본의 해석은 ‘이대목동병원이 감염 예방 지침을 어겼다’는 경찰이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혐의를 적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스모프리피드 분주 가능한 바이알이라는 근거
하지만 연구소에 따르면 스모프리피드는 분주 가능한 바이알이고, 대표적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도 신생아에게 지질영양제 분주
지난 2016년에 발표된 ‘M. Petrea Cober. Repackaging of Intravenous Fat Emulsions: A Clinical Conundrum.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Volume 31 Number 5 October 2016 642?646.’이 논문에 따르면 시판 중인 지질영양제의 최소 포장단위인 100 mL는 체중이 0.5kg인 초저체중아의 하루 필요량 2.5 mL의 40배에 달하는데, 이 100 mL 지질영양제를 바로 수액세트에 연결하여 자동주입펌프로 주입하다가 신생아에게 과도한 지질영양제가 공급되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미국 의료기관에서는 지질영양제를 소분하여 투여하는 분주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질영양제를 병째 그대로 투여하는 경우 감염 확률은 가장 낮지만 투약 오류로 과용량이 투여되어 신생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한 병의 지질영양제에서 필요한 양만큼 주사기로 뽑아서 여러 명의 신생아에게 분주하는 경우 과용량 투여 위험성도 줄이고, 250mL, 500mL 용량이라면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모두에게 투여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병째 그대로 투여한 경우보다 감염 위험이 높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 논문 저자들은 의료진이 지질영양제를 그대로 투여할 때와 분주할 때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투여방법을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소는 “이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과용량 투여의 위험을 줄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해 신생아에게 지질영양제 분주가 행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리나라에 큰 차이 없는 분주방법
지난 2017년에 발표된 ‘Michael L. Christensen et al. Lipid Injectable Emulsion Survey With Gap Analysis.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Volume XX Number X Month 201X 1?9.’이라는 논문에서는 미국 정맥경장영양학회(ASPEN)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1세 미만 영아 환자들에게 지질영양제 분주 방법에 대한 진료 실태조사를 했고, 그 중 81%가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분주하고 있었다.
즉 지질영양제의 분주행위 뿐 아니라 분주방법도 미국과 우리나라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스모프리피드 교육자료
올해 1월 ASPEN은 스모프리피드의 제조사인 Fresenius Kabi와 함께 지질영양제의 용량, 조제, 투여에 대한 최선의 진료를 강조하는 새로운 교육 비디오 시리즈를 시작한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4개의 교육비디오 중 4번째 주제는 지질영양재의 분주(재포장)에 대한 내용으로 하버드의대 소아과학교실 조교수가 출연하여 강의했다.
이 비디오에는 지질영양제의 분주가 많은 소아과에서 행해지는 가장 흔한 의료행위이라고 하면서, 지질영양제의 분주방법과 각 방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도 스모프리피드를 분주하는 의료기관이 많으며, 분주 방법을 교육한 비디오 제작에 Fresenius Kabi가 재정 지원을 한 사실은 제조사 역시 분주를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이와 같이 스모프리피드는 분주할 수 있는 다회용량 바이알임에도, 질본은 1인당 1바이알에 해당하는 바이알이라고 잘못 회신함으로써 해당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연구소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억울하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연구소는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에 대한 경찰의 엉터리 해석과 스모프리피드는 분주 가능한 다회용량 바이알이 아니라는 질본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인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억울하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전반적인 의료제도의 문제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의료인에게 그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경찰과 질본을 포함한 정부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거짓 왜곡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잘못된 정보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 모두 거짓 왜곡행위에 동참한 것이다”고 밝혔다.
또 “지금이라도 1994년 보건복지부 행정해석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을 요구하며, 더불어 질본의 잘못된 유권해석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로 인해 억울하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