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가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약 700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한 이번 감사청구는 심평원의 무분별한 삭감으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과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감사청구 배경과 참여 현황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심평원의 무분별한 삭감과 표적 관행으로 경제적·심적 피해를 입은 회원의 제보를 받아 감사청구를 결정했다.
공익감사청구 접수 요건인 300명을 넘는 700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한국의 경우 미용·성형 관련 일부 의료기관을 제외한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종속돼 있으며,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심평원이 삭감이라는 권한을 이용해 본연의 심사 업무 영역을 넘어 의료행위를 통제하고 획일화시키고 있다”며 “일부 지사에서는 원칙 없는 삭감을 자행하는 행정 폭력마저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부과 의원 사례로 본 삭감 실태
감사청구의 주요 사례는 서울의 한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이다.
이 의원은 2016년 개원 이래 전국에서 찾아오는 난치성 피부질환자들을 주로 진료해왔다.
▲100% 삭감 등 지속
아토피성 피부염, 만성 소양증, 농양 등 대학병원에서도 외면하는 중증 피부질환자들이 주요 환자군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 심평원의 집중적인 삭감 대상이 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단순처치 코드로 정상 청구한 건의 20% 이상이 삭감됐고, 약 237명의 환자는 이전 진료 기록과 무관하게 새로운 청구 시마다 100% 삭감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사진 자료 제출해도 전액 삭감
연구소가 제시한 사례에는 중증 아토피, 탈모, 종기 환자의 치료 전후 사진이 포함됐다.
증상이 매우 심한 상태에서 여러 치료를 시행해 호전됐음에도 심평원은 3명 환자 모두에 대해 진료비를 전액 삭감했다.
제보자는 환자의 병변 사진을 촬영해 심평원에 제출했지만 삭감 결정은 변하지 않았다.
심평원 담당자에게 삭감 사유를 확인해도 “전문심사위원이 정당하게 판단했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 구체적인 심사 과정이나 위원 정보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심사 과정의 문제점
연구소는 심평원의 심사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1차 심사 시 심사자료를 요청하는 환자군이 매월 무작위로 바뀌어 명확한 기준이 없다.
둘째, 심사자료 요청 없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모든 치료와 처치, 검사를 일괄 삭감한다.
셋째, 약 237명의 환자는 이전 기록과 무관하게 청구 시마다 100% 삭감된다.
의료기관이 이의신청을 하면 심사자료요청-이의신청-심판청구-행정소송의 4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심판청구는 일반적으로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이상 소요된다.
1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지속하기 매우 어렵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전문심사위원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이 공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비공개 대상인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심평원이 전문심사위원에게 심사자료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피부질환 진료 기피 현상 심화
2025년 10월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피부과 의원 173곳 중 상당수가 단순 발진이나 무좀 치료도 거부하고 미용 시술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새 52곳이 피부 질환 진료를 중단하고 미용 시술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는 “심평원의 무자비한 삭감으로 일반 피부질환을 진료하는 피부과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피부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만 급증하면서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보자 피부과 의원은 건당 진료비가 동종 과 대비 상대적으로 높지만, 중증질환 비율이 높고 타 피부과에서 하지 않는 치료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같은 질병을 상급병원에서 진료받는다면 건강보험재정은 더 많이 소모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에 요구한 개선사항
바른의료연구소는 감사원에 세 가지 주요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수년째 매월 동일한 항목을 수백·수천만원씩 심사조정할 때는 매우 상세한 삭감 사유를 의료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둘째, 청구량 통계에 근거한 일괄 삭감 관행을 버리고 사례별·건별 구체적이고 명확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셋째, 의료기관의 합당한 진료에도 진료비 삭감을 일삼는 심평원에 대해 엄정한 감사를 실시하고 정부에 조치를 권고해야 한다.
연구소는 “만약 감사원마저 심평원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용 감사로 일관한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까지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익감사청구가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 보장과 의료기관의 정당한 진료 행위 보호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