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 등 4개 시민·환자단체가 24일 서울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고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환소연·PCA)’를 공식 출범시켰다.
현행 ‘정부 주도·공급자 중심’ 의료 구조를 환자·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정부와 국회를 향한 10대 정책 요구사항도 발표했다.

◆“환자는 정보 없이 치료받고, 소비자는 비용도 모른 채 청구서 받아”
환소연은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선택할 수 있는 권리(Trustworthy Healthcare, Empowered Choice)’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안전(Safety)·신뢰(Trust)·자율성(Autonomy)·권리(Rights)·투명성(Transparency)을 핵심가치(S.T.A.R.T.)로 삼아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창립 배경을 보고한 안기종 공동대표(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금껏 의료의 주체는 언제나 정부와 공급자였고, 환자는 정보 없이 치료를 받고 소비자는 비용도 모른 채 청구서를 받아들었다”며, “환소연은 이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탄생했으며,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정책을 제안하고 제도를 바꾸는 행동하는 연대체가 되겠다”고 밝혔다.
창립선언문을 낭독한 강정화 공동대표(한국소비자연맹 회장)는 “소비자는 시장에서만 소비자가 아니다. 병원에서도, 약국에서도 우리는 소비자”라며 “어떤 시술인지, 효과가 검증된 것인지, 얼마를 내야 하는지 등 이 기본적인 정보조차 시민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야말로 의료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국회 향한 10대 정책 요구사항 공식 제출
환소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0대 요구사항을 공식 제출했다.
요구사항을 낭독한 문미란 공동대표(소비자시민모임 회장)는 “같은 약이 병원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같은 시술이 수 배씩 다른 가격에 팔린다”며 “처방전에 주사제 이름을 적고, 약값을 표시하고, 제네릭 동등성 시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모두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약가·유통 구조 개선 분야
환소연은 제네릭 약가에 연구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업계 주장에 대해 “신약 개발은 기업의 투자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리베이트 관련 불투명한 유통 관행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약가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네릭 의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를 전면 공개해 환자와 소비자가 스스로 동일·유사 제품을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처방 투명성 및 의약품 안전 강화
현재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이 건강보험 적용 먹는 약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주사제 및 비급여 의약품까지 DUR을 확대·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처방전에 주사제 명칭과 성분을 의무 표기하고, 약가 및 본인부담 예상 금액을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소연은 “환자와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주사를 맞는지, 얼마를 부담하게 될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관리 체계 구축
같은 시술인데 병원마다 이름이 다르고 가격이 수십 배 차이 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비급여 관리 특별법 제정도 요구했다.
명칭 표준화, 효과 설명, 비용 정보 공개 등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환자·소비자가 직접 의약품 효능과 비급여 가격을 비교·감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센터 설립도 촉구했다.
▲소비자 접근성·권익 보호
약국 내 일반의약품 전시 공간과 계산대를 분리해 소비자가 직접 약을 살펴보고 비교·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품·비급여 과잉 권유에 대한 신고 센터 설치, 편의점 판매 가정상비약 품목의 성분명 기준 확대도 요구사항에 포함됐다.
환소연은 “특정 제약회사 제품만을 허용하는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희귀·난치 질환 환자 목소리도…“투명성은 생존의 문제”
유지현 공동대표(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는 “희귀·난치 질환 환자들에게 의약품 정보의 투명성은 생존의 문제”라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마지막 희망을 걸거나 천문학적 비급여 비용에 가산을 탕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환소연은 가장 소외된 환자의 목소리를 정책의 중심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환소연은 창립선언문에서 “의약품이 다양해지고 비급여 의료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시민은 자신이 어떤 치료를, 어떤 약을, 어떤 비용으로 선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정보는 닫혀 있고, 선택은 제한되어 있으며, 책임은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현 의료 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향후 활동 계획
환소연은 향후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샘플링 감시활동, 약사법 개정안 국회 공청회, 비급여 관리 특별법 제정 공청회 및 전국민 서명운동 등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개 단체의 연대를 기반으로 환자·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