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암학회 라선영(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밀의료 기반 암 치료 확대를 위해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의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립암센터 자문기관으로 참여해 정책 근거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 NGS 검사 급여 축소…치료 접근성 격차 심화
라선영 이사장은 “현재 폐암을 제외한 대부분 암종에서는 유전체 기반 정밀진단이 여전히 비급여 상태”라며 “검사 기술은 존재하지만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NGS 검사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1회에 한해 본인부담률 50%를 적용받는 ‘선별 급여’ 형태로 시행됐지만,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폐암을 제외한 암종에 대해 본인부담률이 80%로 상향 조정되면서 사실상 급여 축소가 이뤄졌다.
이로 인해 암 환자 입장에서 고가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비용 문제로 치료 전략 결정에 필요한 검사를 포기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라 이사장은 “NGS는 암 치료에 있어 표준적인 도구 중 하나가 됐지만, 지금은 폐암 외 타 암종 환자들은 비용에 부담을 느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작년부터 급여가 축소되면서 실질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이슈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 국립암센터 연구 과제 참여로 정책 근거 마련 기대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암학회는 국립암센터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수주한 NGS 등 유전체 검사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 연구 과제에 자문기관으로 참여하게 됐다.
라 이사장은 “학회는 국립암센터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NGS 임상 유용성 평가 과제에 자문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향후 정책 근거 자료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찾는 데 드는 비용과 그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치료 방향 결정, 생존율 개선 등의 연계를 분석해 NGS 검사의 실제적 비용 대비 효과성을 다룰 예정이다.
라 이사장은 “연구가 올해 시작돼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정책적으로 유용한 근거 자료를 산출하고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암종별 NGS 검사의 치료 효과 입증 사례 증가
최근 국내외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NGS 검사를 통해 드물지만 치료 타깃이 명확한 유전자 변이를 찾아 치료제를 바꿨을 때 생존율이 높아지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실제 유방암이나 난소암에서 BRCA1/2 돌연변이를 확인해 PARP 억제제를 적용하거나, MSI-high가 발견된 암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해 효과를 본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라 이사장은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유전체 정보를 통해 치료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암 치료의 현재이자 미래”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급여 기준이 다시 재정립되고, 암종별 접근성 격차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국립암센터와 암 정보 공공 콘텐츠 제작 사업 강화
대한암학회는 국립암센터와 암 정보 전달을 위한 공공 콘텐츠 제작 사업도 강화한다.
라 이사장은 “온라인에는 상업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암 정보가 넘쳐난다”며 “학회와 공공기관이 협업해 객관적인 정보 전달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업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국민 암 치료 전 주기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돕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데 의의가 있다.
암 예방 및 조기진단, 치료 접근성, 생존 이후 관리 등 암 환자 여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맞춤형 콘텐츠가 목표다.
이를 위해 국가암정보센터가 보유한 방대한 통계자료와 인구집단 기반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학회가 학술적 검토를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라 이사장은 “국가암정보센터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해온 공공기관이고, 암학회는 분야별 전문성을 집약할 수 있는 학술단체이다. 양 기관이 힘을 합치면 국민이 믿고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의학한림원과 국내 암 연구 트렌드 분석 프로젝트 추진
대한암학회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한림원)과 손잡고, 지난 10년간의 국내 암 연구 흐름을 분석하는 공동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한다.
라 이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 개요 나열이 아니라, 실제 논문 데이터 기반의 서지 분석을 통해 한국 연구자들이 지난 10년간 발표한 암 관련 논문의 수, 주제, 인용 빈도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며, “이를 통해 시대별 연구 트렌드 변화, 학문적 영향력, 국내 연구자들의 글로벌 학술 기여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향후 정책 결정 및 학문 발전 기반 자료 활용
연구 주제별 서지분석을 통해 국내 암 연구의 양적·질적 변화를 조망하며, 항암제 중심 연구에서 인공지능 진단, 바이오마커, 리얼월드데이터(RWD)로의 확장 등 최근의 트렌드 전환도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분석 결과는 2026년 발간 예정인 한림원의 ‘한국 의학 연구 동향 보고서’에 포함되며, 향후 정책 결정 및 학문 발전의 기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라 이사장은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연구, COVID-19 팬데믹이 암 진단 및 치료에 미친 영향 등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국내 연구에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책 수립과 연구 지원 방향 설정에 활용 기대
해당 보고서는 향후 학술적 용도뿐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연구 지원 방향 설정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 이사장은 “국내 연구 수준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도 함께 분석할 예정이며, 이는 향후 연구자 지원이나 국가 암 연구 전략 수립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