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글로벌 제약사 ‘코리아 패싱’과 보험 제도 사각지대…대한민국 수면장애 치료 위기 - 신약 도입 지연과 보험 미적용으로 환자 치료 차질 심각
  • 기사등록 2025-03-05 10:00:04
기사수정

국내 수면장애 환자들이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과 건강보험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드러났다. 


대한수면연구학회(회장 신원철)는 지난 3월 4일 올림픽파크텔에서 ‘2025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건강한 수면, 건강한 삶의 시작’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해 이같은 내용들을 확인, 문제를 제기했다.  

◆ 수면장애 치료의 ‘코리아 패싱’ 현실

국내 수면장애 치료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승인받은 혁신적 신약들이 한국 시장에 도입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기존에 공급되던 치료제조차 가격 문제로 퇴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 기면병 치료 

대표적인 사례로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성분명: 피톨리산트)’는 2024년 9월 16일부터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 의약품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프랑스에서도 1만원 이상인 약값이 국내에서는 2,500원 수준으로 책정됐고, 결국 제약사는 한국 시장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기면병 환자들은 대체할 동일 성분 약물이 없어 치료 공백을 겪고 있다.


▲ 불면증 치료

불면증 치료 분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FDA에서는 수보렉산트(2014년), 렘보렉산트(2019년), 다리도렉산트(2022년) 등 DORA(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계열 신약들이 이미 승인됐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허가와 보험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약물들은 기존 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와 달리 의존성이 적고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 글로벌 제약사들의 한국 시장 외면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주요 원인으로 낮은 약가와 복잡한 보험 등재 절차를 지적한다. 

국내 의약품 가격이 글로벌 시장 대비 현저히 낮게 책정되면서 제약사들은 수익성 문제로 한국 시장 진출을 꺼리거나 이미 진출했더라도 철수를 결정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 보험 적용 사각지대의 현실

수면장애 치료제의 보험 미적용 문제도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도 제한하고 있다. 


▲ 하지불안증후군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국내 환자 수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1차 치료제로 권장되는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들은 매달 수십만 원의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


▲ 렘수면행동장애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멜라토닌 제제도 비급여 약제로 분류되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고령 환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클로나제팜은 고령 환자에서 낙상, 인지 기능 저하, 의존성 등의 부작용 위험이 높아 멜라토닌이 안전한 대체 치료제로 권장되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 중추수면무호흡

중추수면무호흡의 경우도 심부전, 뇌졸중, 만성신부전 등 중증질환 환자의 예후와 생존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건강보험 급여대상에서 제외되어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 정책 개선 필요성

국내 성인의 약 20~30%가 만성적으로 경험하는 불면증을 비롯한 다양한 수면장애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혈관계 질환, 대사 질환, 치매, 정신 건강 문제 등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보험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수면장애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

2018년 7월부터 수면무호흡증 및 과다수면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폐쇄수면무호흡 환자의 양압기 치료(CPAP, BPAP)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수면장애 치료제가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어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경희대 신경과 교수) 회장은 “수면장애는 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장기적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질환이다.”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하여 수면장애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약 접근성 확대와 보험 급여 확대 등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수면장애 치료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약가 정책을 마련하고, 필수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와킥스와 같이 대체 약물이 없는 중요 치료제의 경우,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수입 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특별 지원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관련기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510966206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국내 비만병 유병률 증가…2035년 사회경제적 비용 약 98조 원 예상
  •  기사 이미지 대한뇌전증학회-오콘, MOU 체결…뇌전증 사회적 인식 제고 위한 캐릭터 활용
  •  기사 이미지 대한뇌전증학회 “1936년 출시된 약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의료 환경 개선” 촉구
대한골대사학회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위드헬스케어
캐논메디칼
올림푸스한국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