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이 골다공증·관절통 등과 함께 폐경으로 인한 근골격계 증상을 통칭하는 ‘폐경근골격증후군(Musculoskeletal Syndrome of Menopause)’의 핵심 구성요소로 제시됐다.
그레이스여성병원 박형무 원장은 지난 6월 7일 건국대학교병원 지하3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대한노인여성의학회(회장 이지영) 제37차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강좌에서 폐경호르몬치료가 근육량 감소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 옵션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폐경 이행기, 근육량 급감 ‘결정적 시기’
미국 SWAN 코호트 연구(그린데일, JCI Insight 2019)에 따르면 폐경 이행기에는 지방량 증가와 근육량(제지방량) 감소가 가속화되며, 이 변화는 마지막 월경(FMP) 이후 2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알로이아(Aloia)가 1991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Am J Clin Nutr)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체내 총칼륨(근육량 지표)의 감소 속도가 폐경 후 첫 3년간 가장 빠른 것으로 보고돼, 폐경 후 3~5년이 근육량·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정적 시기(critical window)’로 제시됐다.
◆골다공증·근감소증·비만 겹치는 ‘보행장애증후군’
빙클리(Binkley)가 2013년 국제골다공증재단 학술지(Osteoporos Int)에 제시한 개념에 따르면 골다공증(뼈), 근감소증(근육), 비만(지방)이 서로 겹쳐 나타나는 ‘보행장애증후군(dysmobility syndrome)’은 낙상과 골절 위험을 높인다.
폐경 이후에는 혈관운동증상·정신과적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이어 비뇨생식기증후군(GSM), 피부 노화, 골다공증·근감소증(폐경근골격증후군)이 뒤따르며, 장기적으로 관상동맥질환·알츠하이머병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소개됐다.
◆에스트로겐, 근육 단백질 대사에 직접 관여
발표에 따르면 골격근에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존재해 골격근 자체가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조직으로 설명됐다.
에스트로겐은 근육 단백질 합성 증가·분해 감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산화스트레스 감소, 염증 감소 등 네 가지 기전을 통해 근감소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제시됐다.
반대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근육 내·근육 사이 지방 침착이 늘어 근섬유 배열이 흐트러지고, 침착된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종양괴사인자(TNF-α)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근력 저하를 촉진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WHI·티볼론 연구가 보여준 호르몬치료 효과
첸(Chen) 등이 2005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발표한 여성건강계획(WHI)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E+P) 3년 추적 결과(평균연령 63.1세, E+P군 437명·위약군 398명)에서는 제지방량 감소폭이 위약군 -0.44㎏, E+P군 -0.04㎏로 유의한 차이를 보여(p=0.001), 호르몬치료가 근육량 감소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아에이(Ziaei) 등이 2010년 클라이맥터릭(Climacteric)에 발표한 45~60세 폐경 후 여성 150명 대상 무작위대조연구에서는 티볼론(2.5mg) 9개월 투여군의 제지방량이 유의하게 증가해(p=0.004), 결합에스트로겐/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CEE/MPA) 투여군 및 대조군과 비교해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ESCEO, 폐경 초기 여성엔 호르몬치료 권고
유럽골다공증·골관절염 임상경제학회(ESCEO)는 2014년 마투리타스(Maturitas)를 통해 50~70세 폐경 후 여성의 근골격 건강을 위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단백질은 하루 체중 1㎏당 1.0~1.2g, 매 끼니 20~25g 이상의 고품질 단백질 섭취를 권고했으며, 주 3~5회 규칙적 운동과 운동 전후 단백질 섭취 병행, 비타민D 하루 800IU(혈중 25(OH)D 50nmol/L 이상 유지) 및 칼슘 1000mg 섭취를 제시했다.
60세 미만이거나 폐경 후 10년 이내인 여성에게는 근골격 건강의 추가적 이익을 위해 호르몬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에스트로겐치료의 근력 개선 효과는 상대적으로 젊은 폐경 후 여성에서 더 뚜렷하며, 고령 여성에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소개됐고, 저항운동과의 병행이 권장됐다.
◆미국, 폐경호르몬치료 블랙박스 경고 삭제
지난해 11월 1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보건복지부(HHS)-식품의약국(FDA) 공동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HHS 장관과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폐경 치료제에 부착된 ‘무섭고 시대에 뒤떨어진’ 블랙박스 경고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운동·영양이 여전히 ‘표준 치료’
박형무 원장은 “근감소증 관리의 근간은 여전히 운동과 영양이며, 현재까지 운동·영양 병행만큼 효과적인 약물은 없다”고 밝혔다.
롤랑(Rolland) 등이 2023년 메타볼리즘(Metabolism)에 정리한 바에 따르면 마이오스타틴/액티빈 억제제(비마그루맙 등), 성장호르몬/IGF-1 경로 약물, 미토콘드리아 표적 물질(코엔자임Q10 등), 선택적 안드로겐수용체조절제(SARM) 등 다양한 기전의 약물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김(Kim) 등이 2012년 미국노인병학회지(J Am Geriatr Soc)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도쿄 소재 노년학연구소(TMIG)의 75세 이상 근감소증 여성 155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운동과 류신이 풍부한 필수아미노산 보충을 병행한 그룹이 다리 근육량, 보행속도, 무릎신전근력 모두에서 가장 큰 개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원장은 “근감소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폐경과 직결된 근골격계 증후군의 하나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고, 조기 호르몬치료와 운동·영양 병행이 근육 건강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호르몬치료의 적용은 개인별 위험-이익 평가를 전제로 하며, 최근의 규제 변화가 임상 현장에 미칠 영향은 추가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