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4일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린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대 증원 백지화’를 제외한 전공의들의 기존 7대 요구사항을 정책에 반영하는 등 질 높은 수련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전후 집단사직하며 수련병원을 떠난 후 기계적인 법 집행을 하겠다며 엄정 대응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이 의료계의 반발로 좌절된 사례를 들면서 과거 사례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공의들 제재 없이 소속 수련병원 복귀 가능
정부의 결정에 따라 의료 현장을 떠나있던 전공의들은 제재 없이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당연히 (현장을 지킨 전공의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는 정부가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출근율은 8.4%(1만509명 중 879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의대 교수들과 전임의(펠로)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의 의료 행위를 일부 허용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고,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위해서도 전공의들의 복귀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연착륙하는 데 필요하기도 하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해 전문의 배출이 지연될 경우 전문의 비중을 높이는데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상당히 긴 기간 전공의 90% 이상이 이탈해서 복귀하지 않고 있고,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계속 당직까지 서가면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힘들어하고 있다. 중증질환자, 암환자들이 제때 수술을 못 받거나 치료를 못 받는 고통에 전공의를 복귀하기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제도를 정비하고, 의료 쪽에서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훈으로 삼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전공의들 “복귀하지 않겠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전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퇴직금은 준비되셨겠죠.”라며, “이제는 뭐라고 지껄이든 궁금하지도 않다. 전공의들을 하루라도 더 착취할 생각밖에 없을 텐데. 달라진 건 없다. 응급실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 대학병원 사직 전공의도 “정부의 의료 정책이 계속 추진되는 상황에서 복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전공의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의료계 “너무 늦었다”
의료계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정부가 복귀를 유도하고 사태를 종결하기 위한 조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대학병원의 경영난 악화, 당장 현실화할 의사인력 수급 차질 등을 맞닥뜨린 정부가 갈등을 급히 봉합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에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다. 노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머리 숙이고 기어들어 오라는 말이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도 “정부가 급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의대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특히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의 복귀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자단체들 “환영”…전공의 미복귀 우려도
환자 단체들은 정부의 방안에 환영 입장을 보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대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 등의 환자단체들은 “이번 정부 행동을 환영한다.”라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전공의들이 복귀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환자 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했는데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국민과 환자의 분노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병원들, 전공의 사직서 수리 허용…복귀 권유 등 ‘신중’
정부가 4일 전공의와 소속 수련병원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했지만 일선 병원들은 당장 사직서를 수리하기보다는 복귀 권유 등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실제 사직 의사가 있는지 교수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당분간은 복귀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조치를 통해 실제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후속 지침이 있을 때까지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한 병원들도 많다.
실제 한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그간 정부가 전공의 처우에 대한 결정 사항을 발표하면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혼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이번 발표도 현장에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