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지난 4일 사직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서수리금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후 의료계에서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규홍 장관은 이번 결정이 의료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조치이며 수련병원장들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라고 요청했다.
◆대한의학회 “정부의 독선적 행정 그만두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만 중단
대한의학회는 “전공의들을 겨냥한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은 전공의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처분으로 전면 취소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복지부가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철회하며,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만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대다수 전공의들의 복귀를 어렵게 하는 차별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복지부, 내부적 지침 이용해 사직 전공의 위협”
대한의학회는 “이런 조치가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수련병원의 진료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우려한다. 또한 이번 발표에서 보건복지부가 법령과 지침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점들이 있으며 이는 법치행정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전병왕 실장은 ‘전문의 수련규정’에 따라 사직 전공의는 1년간 다른 병원에 전공의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의학회는 “전병왕 실장이 언급한 내용은 대통령령인 ‘전문의 수련규정’이 아닌 보건복지부 내부 지침[수련병원(기관) 지정 및 전공의 정원책정 방침]에 있다.”라며, “보건복지부는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적 지침을 이용하여 사직 전공의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에서 아무런 위임도 없는 보건복지부 내부 지침을 마치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것처럼 휘두른 것이다.”라며, “이런 식의 압박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압박은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아예 그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뜻을 품고 필수의료를 전공했는데 사직했으니 1년이 지나야만 동일 전공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대다수 전공의들은 아예 그 길을 포기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철회, 의료계가 요청”vs. “그런 요청한 적 없다”
6월 4일 기자회견에서 조규홍 장관은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철회를 의료계가 요청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그런 조치를 요청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의학회는 “물론 일부 병원장이 선의의 마음으로 전공들의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요청이 철회라는 교묘한 방법으로 둔갑하여 복귀 전공의와 사직 전공의를 차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지는 몰랐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급격한 의대 증원이 의대 교육 파탄, 전공의 수련 부실화, 국민의료비 증가, 이공계 인력 파탄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의학회는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진중한 고려 없이 급격한 의대 증원을 강요했다. 6월 4일 사직서수리금지명령 철회와 이어지는 차별적 행정처분 역시 전공의들을 아예 필수의료 밖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라며, “정부가 더 이상의 독선적 행정을 그만두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일방적 정책추진, 일방적 명령, 일방적인 철회로는 결코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앞으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의 진지하면서도 성실한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이러한 진지한 대화가 없다면 현 사태는 장기화되고 결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며, 정부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의료계와 현안을 논의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대생·전공의측, 대통령·국가에 1천억원 손해배상 청구
이런 가운데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공의, 의대 교수단체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1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지난 5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해 효력을 상실시켰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이유인 ‘업무개시명령 위반’이라는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됐다. 전공의들에게 3개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이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복귀를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 행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공의 1만명과 의대생 1만 8,000명, 의대 교수 1만 2,000명,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14만명 등이 대한민국과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대학 총장 등을 대상으로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소송금액은 전공의 1인의 3∼4개월치 급여가 약 1,000만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1만명분인 1천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국립대병원장들, 7일 전공의 사직서 수리 방안 등 논의
한편 국립대병원장들은 7일 서울역 인근에서 전공의 사직서 수리 방안과 의정갈등 사태로 인한 병원 재정적자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이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의료공백 사태로 발생한 적자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