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 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든 낙관적인 형세판단과 준비 부족으로 응급환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한 정부당국의 대응과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며, “몇 차례의 대유행을 겪으며 붕괴위기에 몰렸던 응급의료체계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재택치료 증가, 응급상황 대책마련 건의…“준비되지 않았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12월에도 “예상 가능한” 향후 대유행을 대비해 현장의 전문가 자문단체를 구성하고, 응급실 음압격리실 확대, 감염병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장기적 계획마련을 촉구했지만 아무런 실질적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택치료가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응급상황에 대한 대책마련도 건의했지만 역시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응급실 과밀화 개선방안…응급의료현장 혼란 가중시켜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응급실 과밀화 개선방안(응급의료과ꠓ864, 감염관리과-4897)은 오히려 응급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응급실의 일부 구역(코호트 격리구역)에서 유증상자 및 중위험군 환자를 진료하고, 음압격리실은 코로나 확진환자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러한 대책은 단지 현재 격리병상의 부족과 119의 이송지연을 줄이기 위한 졸속대책일 뿐이고,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기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응급실 음압격리실은 감염의 우려가 있는 진단되지 않은 환자가 응급상황에서 이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이지 코로나 확진자가 입원을 기다리는 장소가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 상태가 악화됐을 때,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의 음압격리실로 이송되어 오면 이어지는 후속진료(입원, 검사, 수술 등)가 불가능할 경우 입원대기 또는 이송대기말고는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결국 입실만 가능하고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대책이고, 의료진의 업무와 책임만 가중되게 될 것이다”며, “진단되지 않은 중위험군, 유증상자를 일반 응급환자와 동선분리가 되지 않는 응급실 내부 코호트 격리구역에서 진료하게 된다면, 무수히 많은 일반응급환자와 의료진의 감염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보였다.
그럼에도 향후 소방본부, 상황실에서 현황판에 응급실에 빈 자리가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 양성환자, 발열 및 유증상 의심환자를 데려오게 된다면 현장과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응급의료체계 살리기 위한 제안
응급의학의사회가 오미크론 확산 위기 속에 응급의료체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당국에 제안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코로나 양성환자 응급실 음압격리실 수용 “적절한 조치가 아니다” 응급실의 음압격리실은 입원대기실이 아니며, 다른 응급환자들에게 감염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코로나 양성환자가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하면 응급실 음압격리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원하도록 해야 한다. ▲코호트 격리구역 대응방안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이미 2년간의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면서 이미 대부분의 응급실들은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의 일부 구역을 코호트격리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감염관리의 입장에서 위험할 수 밖에 없는 이런 대책보다는 PCR 진단검사역량 향상을 통한 응급실의 빠른 순환대책과 중환자 이송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상담을 위한 콜센터 운영 등 필요 재택환자의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하여 코로나 확진자, 격리자 전용 응급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상담을 위한 콜센터를 운영해야 한다. 늘어나는 재택환자와 격리자들이 응급의료가 필요할 경우 방문할 수 있는 응급실을 확충해야 한다. 현재 일부 전담병원과 국공립병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하다. 코로나 양성환자와 격리자들이 일반 응급환자와 섞이게 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한 책임은 정부당국에 있다. 응급실마다 걸려오는 전화응대에 업무수행이 어려울 정도이다. 확진자와 격리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상담과 대응을 위한 콜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격리시설 확충과 감염병 대응능력 향상을 위한 장기적 계획수립 지금의 위기를 지난다고 해도 다음 유행이나 위기에 동일하게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염에 취약한 현재 응급실 구조를 하나씩 개선해 나아가고 인력과 시설확충을 위한 장기계획 마련을 응급의료 현장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논의체를 구성하여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의료진들의 감염과 격리에 따른 손실보상과 안전대책 마련 다수의 응급의료진들이 업무상 코로나에 감염되고 격리되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응급의료진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보람을 느끼며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응급의학의사회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약 300개에 1,000개 정도의 격리병상으로 현재의 오미크론 유행을 감당하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무지이고 예측하고도 아무런 대안이 없었다면 그것은 무능이다. 갈 데 없는 응급환자들을 무조건 응급실에 밀어넣는다고 그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현장에서 시행할 대책은 현장의 전문가들과 상의해야 한다. 현장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절대로 성공적일 수 없다. 문제해결의 동반자로 최소한의 존중과 이해로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응급의료 현장은 이전에도 포화상태였고, 코로나를 맞아서 훨씬 더 악화되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쥐어짠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많은 응급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여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응급의료인들에게는 그러한 상황을 보면서도 해결할 수없는 부분에서 너무나도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겨도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낀다”며, “응급의료현장을 지키는 응급의료의 전문가로서, 현재의 위기극복과 향후 다가올 예상 가능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하여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고 정부당국과 유관기관의 성실하고 책임 있는 답변과 행동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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