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 참여자가 비참여자에 비해 10년간 인지능력 저하가 더 느리게 나타나 치매 발병 시점을 최대 10년 가까이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SNAP 참여로 인지 기능 저하 속도 둔화
미국 조지아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7월 30일 토론토에서 개최된 2025년 알츠하이머협회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전국 대표 조사인 ‘건강 및 은퇴 연구(HR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SNAP 참여자는 참여 요건을 갖췄지만 실제 참여하지 않은 비참여자에 비해 전체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평균 0.10%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간 인지 건강이 약 2~3년 더 유지된다는 의미다.
연구는 2010년 SNAP에 등록한 1,131명(평균 연령 약 63세)과 SNAP 자격이 있었지만 참여하지 않은 1,216명(평균 연령 약 66세)을 대상으로 했다.
기억력과 실행 기능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2년마다 평가됐으며, 초기 평가에서 인지 장애나 치매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분석에서 제외됐다.
◆ 치매 발병 시점 최대 10년 지연 가능
연구 제1 저자인 조지아대학교 린린 다(Linlin Da) 박사과정생은 “건강한 인지 점수로 시작한 사람의 경우, 이처럼 저하 속도가 늦어지면 경도인지장애 진단 기준에 도달하는 시점을 거의 10년 가까이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NAP 또는 이와 유사한 영양 지원 프로그램 참여가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 시점을 상당히 늦출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노년층이 약 복용, 재정 관리, 일상 업무 수행 능력을 더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어 독립성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협회 최고과학책임자 마리아 C. 카리요 박사는 “식량 불안정이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됐다”며 “이번 연구는 식량 지원 프로그램이 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장기 연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간단한 일상 행동이 뇌 건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며 올바른 식사를 포함한 ‘뇌를 위한 10가지 건강한 습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 인종별 효과 차이로 추가 정책 필요
하지만 연구 결과 보호 효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히스패닉계 흑인과 히스패닉계 노인은 비히스패닉계 백인 참가자에 비해 인지 기능 향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을 봤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 SNAP 참가자 모두 어느 정도 인지 저하가 느려지는 효과를 보였지만 비히스패닉 백인 참여자에서 가장 두드러진 효과가 관찰됐다.
교신 저자인 수항 송 조지아대학교 조교수는 “인지 장애 발현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식품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해 주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인종 및 민족 그룹 간 인지 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등록에 추가적인 장벽에 직면할 수 있는 인구 집단을 위한 공평한 접근 보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