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회장 이필휴)가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 11일)을 맞아 한국 사회의 파킨슨병 인식 부족과 환자들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파킨슨질환의 증상과 치료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 빠르게 증가하는 파킨슨병 환자
파킨슨병은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노인성 뇌질환으로, 고령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2024년 말을 기점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3만9,265명에서 2016년 9만6,499명으로 크게 늘었고, 2021년에는 11만8,504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5년에는 환자 수가 15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 파킨슨증과 파킨슨질환의 구분 필요
파킨슨증(Parkinsonism)은 몸이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여진 자세, 팔다리의 뻣뻣한 근육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균형 장애, 보행 이상 등의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군을 파킨슨질환이라 하며, 대표적으로 파킨슨병, 혈관성 파킨슨증, 약물 유발성 파킨슨증, 정상압 수두증, 비전형 파킨슨증(진행성 핵상마비, 다계통위축증, 피질기저핵 변성, 루이소체 치매) 등이 있다.
학회에 따르면, 파킨슨 증상이 나타날 때 정상 노화와 구분하고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보행 이상을 보이는 전신쇠약, 우울증,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다른 질환들과의 감별도 중요하다.
◆ 파킨슨병의 원인과 다양한 증상
파킨슨병은 뇌 내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떨림, 근육경직, 느린 움직임, 자세 균형 장애, 보행 이상과 같은 운동 증상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언어 장애, 삼킴 장애, 후각 이상, 기립성 저혈압, 충동 조절 장애, 환시, 망상, 수면 장애, 배뇨 장애, 우울, 불안, 변비, 성기능 장애, 인지기능 장애, 땀흘림, 침흘림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도 동반된다.
파킨슨병 빙하 모델로 설명되는 이 질환은 초기에는 떨림, 근육경직 등 표면적인 증상만 나타나지만, 진행됨에 따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증상들이 드러난다.
◆ 낮은 인식으로 인한 진단 지연
파킨슨병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2023년 헬스조선이 실시한 조사(n=380)에 따르면, 환자들이 이상 증상을 느낀 후 파킨슨병 진단까지 평균 27.93개월이 소요됐다. 또한 파킨슨 의심 증상으로 첫 병원 방문 후 진단까지도 17.11개월이 걸렸으며, 50% 이상의 환자는 2개 이상의 의료시설을 방문한 후에도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단 지연 및 오류의 주요 원인으로는 "나이가 들어서(노환)", "관절/척추 문제(오십견, 디스크)", "중풍, 뇌졸중", "수전증" 등으로 증상을 오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5년 실시된 조사에서는 "파킨슨병 환자 10명 중 4명이 증상 헷갈려 1년 이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 낙상 위험과 보행 장애
파킨슨병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증상 중 하나는 '낙상과 보행이상'이다. 국내 손상 통계에 따르면 10년 이하 파킨슨 환자의 낙상율은 일반인 대비 22배에 달하며, 반복적인 낙상 확률은 90%에 이른다.
특히 파킨슨병 낙상의 70%는 보행 동결 현상과 연관되어 있어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보행 동결은 환자가 걷다가 갑자기 발이 바닥에 붙은 듯 멈추는 현상으로, 특히 문턱이나 좁은 통로에서 자주 발생해 낙상 위험을 크게 높인다.
◆ 경제적·사회적 부담 가중
파킨슨병은 치매와 달리 경제활동 인구(40-50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자료(2016)에 따르면, 파킨슨병 환자 중 40-50대는 전체 9만6,499명 중 8,816명으로, 같은 연령대 치매 환자(4,828명)의 약 9배에 달한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 1인당 연평균 치료기간은 103일로, 루게릭병(35일)보다 훨씬 길다.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인한 가계 부담과 가족 전체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질병이 진행될수록 신체 장애와 인지 장애가 동반돼 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 효과적인 치료법과 삶의 질 개선
파킨슨병은 현재 완치법은 없지만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레보도파, 도파민 효현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와 뇌심부 자극술과 같은 수술 치료가 있다. 또한 운동/재활/작업 치료와 함께 영양 관리,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약물 치료의 효과는 투약 전과 후의 환자 상태를 비교하면 확인할 수 있다. 투약 2시간 후에는 운동 기능이 크게 개선되어 삶의 질이 향상된다.
특히 운동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데, 근력, 유연성, 지구력 등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증상 진행 속도를 늦추며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 초고령 사회에서 파킨슨질환의 중요성
초고령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파킨슨질환 환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환자와 가족, 사회 구성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파킨슨병이 단순히 노화의 진행된 상태가 아니라 젊은 환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이필휴 회장은 "느림보 걸음의 정확한 감별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파킨슨질환 환자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행장애와 낙상 위험, 젊은 환자의 신체·인지장애 문제 등 파킨슨병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