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술이 가능한 곳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수술을 급하게 받아야 할 환자들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은 있지만 수술장에 필요한 전문 인력들이 수술을 기피하고, 이탈이 이어지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상진(영남대병원 교수)홍보이사, 연준흠(상계백병원 교수) 회장, 한동우(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기획이사, 구승우(서울아산병원 교수)환자안전이사]
◆마취 전문 인력 이탈 이어져
가장 대표적으로 수술시 꼭 필요한 마취 전문 인력의 이탈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폐이식을 담당하는 마취 전문의가 사직해 해당 지역 폐이식 프로그램이 일시 중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상급종합병원
그동안 서울 주요 대학병원 교수들이 1~2명씩 사표를 내고 이직을 하다가 최근 모 대학병원에서는 7명이 사직하면서 비상이 켜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많은 병원급 의료기관들이 마취전문의 고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이탈이 이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심폐 마취, 장기이식 마취 및 외상 마취 등은 대부분 응급으로 진행된다는 점, △수술 시간이 길다는 점, △과도한 마취 당직, △고위험의 마취, △의료소송 위험 등에 부담을 느끼는 마취전문의들이 수술실에서의 마취를 기피하고, 응급이 없는 주간 수술 위주의 근무여건이 좋은 병원이나 다른 분야(미용, 통증 등)로 이탈을 하고 있는 상항이다.
실제 마취통증의학과 개원은 최근 5년간 매년 전년대비 4~7% 증가하여 10년 전과 비교하면 73.6% 급증한 상황이다.
▲소아마취분야
소아마취분야 역시 기피분야가 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술기가 어렵고 생리적 안전역이 좁다는 점, △약제 사용에도 제한이 많아서 성인마취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는 점, △의사소통과 협조가 되지 않는다는 점, △성인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 △예민해져 있는 부모도 상대해야 한다는 점 등때문이다.
▲분만병원
특히 마취전문의 고용난이 두드러지는 곳은 분만병원이다.
대표적인 이유는 △24시간 언제든 응급 분만 및 수술이 진행될 수 있어 근무 여건이 매우 힘들다는 점, △분만병원 특성상 무과실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빈번한다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이다.
◆향후 이탈 가속화 전망
더 큰 문제는 이런 이탈이 앞으로 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한마취통증의학회(회장 연준흠, 상계백병원 교수)가 2022년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4년차 약 200명을 대상으로 전문의 취득 후 임상 진료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심장마취(22%), 소아마취(18%), 중환자의학(12%), 산과마취·폐마취(각 11%) 순] 수술에 대한 마취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한동우(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기획이사는 “진료 현장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음에도 소위 필수의료과에서 시행하는 분야를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심폐, 이식, 소아 마취 및 중환자 관리는 타 마취분야에 비해 숙련된 술기와 다양한 임상 경험 및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마취 분야로 숙련된 전문 인력을 키우는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근무의 피로도가 훨씬 높다는 점, △수술 중 환자의 상태가 항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소송 부담감이 크다는 점 등의 이유로 전문의들의 기피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취‘ 지원방안은?
한동우 기획이사는 “응급 사망률이 가장 높은 대표적인 질환(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의 경우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응급 수술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분한 병실과 훌륭한 수술의가 있어도 이를 마취할 마취전문의가 없다면 수술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는 마취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촌각을 다투는 수술이 지체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전문의의 인력 보강은 필연적이다.”라고 밝혔다.
▲수가 개선…일본의 1/7, 미국의 1/23 수준
현재 건강보험 마취료는 원가보전율의 72.7% 수준에 불가하고 집계가 불가능한 병원의 인적, 물적 투입을 고려하면 실제는 50%이하라는 분석이다.
이는 일본의 1/7, 미국의 1/23 수준이다.
(표)국민총소득 대비 주요 국가의 마취수가 비교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박성용 보험이사는 “마취는 하면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는 투자에 인색해져 마취 근무 여건이 열악해지고, 이에 따라 마취 외의 타 분야로 진출하게 되고, 각 병원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충원이 안되고, 남아 있는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어 이 인력도 사직해 버리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수가 문제 개선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재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기 위해 수가의 개선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취 가산수가 인상 촉구
현재 마취수가는 크게 2가지 체계(기본수가, 가산수가)로 운영되고 있다.
기본수가는 기본 마취료의 개념이고, 여기에 전문성을 요하는 중증 고난도 마취 행위(대부분 필수의료에 해당되는 분야와 중복되는)에 대해 마취료를 추가해 주는 가산수가를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박성용 이사는 “대표적으로 심장수술마취, 이식수술마취, 개두술마취, 응급수술마취, 소아마취, 산과마취, 중환자마취(ASA PS3 이상 환자 마취)의 가산만이라도 올려야 한다.”라며, “학회에서는 심장 수술마취, 이식마취, 개두술 마취 3분야에서 가산수가를 현행 50%에서 100%로 상향하고 4시간 정도 수술을 가정했을 때, 각각 23억 6,000, 6억 5,000, 41억 3,000 정도의 재정이 추가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 3가지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추가 재원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 의료비 상승은 최소화하면서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연준흠 회장은 “인력 문제는 지방 등의 교통취약지에서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며, 골든타임내 지역완결적 필수의료를 제공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기피 분야들의 인력은 현재도 많이 부족한 실정인데,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도 향후 진로 선택에서 기피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은 필수의료의 인력 고갈의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충분한 충원 및 근무 여건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증, 응급 고난도 수술과 소아, 분만 분야의 마취수가의 정상화, △중증, 응급 수술 중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 및 사망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의 법제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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