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중환자실 등급화(이하 등급화)를 제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서울아산병원 교수) 기획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중환자실의 양적, 질적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환자와 비코로나 환자까지 초과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중환자의료체계 대표적 문제점
국내 보험체계는 대부분 행위별 수가가 책정되는 제도이다. 지속적으로 의료인프라 인력, 시설, 장비가 유지되어야 하는 중환자실에 투자가 어렵다.
특히 국내 중환자실은 좁은 공간의 다인실 구조로 감염병재난시 감염환자의 수용이 불가한 후진국형 구조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열악한 의료장비 기준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중환자실 전문인력 부족한 원인
▲의료법 상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 필수 아니라는 점
현행 의료법에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 중환자실 시설의 경우 ‘중환자실에서는 전담 의사를 둘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전담 전문의를 두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일괄적인 가산수가 및 저수가
현행 상급종합병원 기준에는 전담전문의를 각각 1명씩 두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중환자실의 개수와 관계없이 전담전문의를 1명만 두면 돼 큰 의미가 없고, 전담전문의 수가 많다고 가산점을 받는 구조도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제안 등급화 주요 내용…총 4개 레벨 제안
이와 관련해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등급화를 총 4단계로 분류하여 제시했다.
우선 ▲1레벨은 상급종합병원 최소 1개 유닛 이상이 유지해야 하는 기준, ▲2레벨은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이 최소한 갖춰야 하는 기준, ▲3레벨은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충족해야 하는 올바른 기준, ▲4레벨은 종합병원 이상 중환자실이 갖춰야 하는 최소 기준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전담전문의 전공은 소아 중환자실의 경우 소아청소년과로 제한, 성인 중환자실은 내과,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속의 전문의로 제한된다.
▲1레벨 제안 기준
1레벨의 경우 전담전문의는 의사 1명당 중환자 6명 비율로 유닛당 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32명 미만의 중환자, 시설은 1유닛당 12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8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장비는 MV·CRRT·ECMO 등 유닛 전용 초음파를 갖춰야 한다.
치료 수준은 폐쇄형 전담전문의가 24시간 365일 상주하면서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하고, 다학제 회진(약사, 영양사) 및 중환자 재활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2레벨 제안 기준
2레벨은 유닛당 전담전문의 의사 1명당 중환자 15명 이하 비율로 배치,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32 이상~0.5명 미만의 중환자, 시설은 1유닛당 2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 5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장비는 MV·CRRT 등 중환자 전용 초음파를 갖춰야 한다.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하고, 다학제 회진(약사, 영양사)이 이뤄져야 한다.
▲3레벨 제안 기준
3레벨은 의사 1명당 중환자 20명 이하 비율로 원내 전담전문의를 둬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5 이상~ 0.63명 미만의 중환자를 돌봐야 한다.
시설은 1유닛당 3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을 30% 이상을 충족해야 하고, 장비는 MV가 필요하다.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 관리, 다학제(약사, 영양사) 회진이 가능해야 한다.
▲4레벨 제안 기준
4레벨은 의사 1명당 중환자 30명 이하로 원내 전담전문의를 둬야 하고, 간호사는 간호사 1인당 0.63명 이상~ 0.88명 미만의 중환자, 시설은 1유닛당 30병상 이하 및 1인 격리실 비중을 20% 이상이어야 한다.
장비는 MV 배치, 치료수준은 전담전문의가 중환자 입·퇴실을 관리해야 한다.
◆복지부와 구체적 논의 추진 등
이 기준은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300병상 이상 병원 167곳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담전문의와 간호사 인력 배치 기준을 설정하고, 인력부터 시설·장비까지 중환자실 최소 요건(2단계, 4단계)도 명확히 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회원 의견을 수렴하고, 복지부와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홍 이사는 “이번에 제시한 기준은 선진국 중환자실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고, 이 기준을 달성하면 일본 기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제안을 기준으로 앞으로 단계적으로 좀 더 높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런 기준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중환자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지난 메르스(MERS) 이후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관리청이 탄생, 병원별 감염 대응 체계를 수립한 것처럼 코로나19의 교훈이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필수배치, 중환자실 전문의·간호사의 적정배치를 위한 수가체계 개선, 중환자실 시설 기준 및 의료장비 기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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