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이 잇달아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말기암 등 마약성 진통제가 꼭 필요한 환자들은 중독과 부작용 걱정 때문에 복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자 10명중 4명이 의사 처방을 따르지 않겠다고 답해 정부가 제대로 된 교육과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통증학회 홍성준(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홍보이사가 지난 18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한 대한통증학회 제67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대한통증학회는 지난 9월~10월 14개 대학병원을 방문한 368명의 환자와 의사 68명이 참여한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0
이번에 발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 10명중 4명(38.5%)이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해도 복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복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중독될까(의존하게 될까) 걱정되어서”라는 대답이 62.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부작용이 무서워서”라는 대답이 33.3%를 차지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이 중독과 부작용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처방시 가장 두려워하는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61.8%가 중독 및 오남용을 꼽았다. 호흡 또는 의식저하가 54.4%로 뒤를 이었고, 진료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부작용인 변비와 오심 및 구토, 어지러움 등도 언급됐다.
처방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부작용이 86.8%로 가장 많았고, 약효의 지속성(67.6%)에 이어 환자 순응도(57.4%), 보험기준(41.2%), 약효의 신속성(33.8%)순이었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시 환자에게 이를 고지하고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느냐는 질문에 의사 10명중 7명(72.4%)이 “적극적으로 설명한다”고 답했다. 환자들도 의사가 처방을 고지하면서 부작용을 잘 설명해주었다는 응답이 78.2%로 비슷했다.
그럼에도 의사 지시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뜻하는 환자의 처방 순응도는 높지 않았다. 76% 이상의 환자가 지시를 따랐다는 의견이 41.8%로 가장 많았지만, 26~50%뿐이라는 응답도 17.9%나 됐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마약과 마약류 의약품, 마약성 진통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중독과 오남용 두려움 때문에 전문의 처방조차 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마약류 관리감독 및 모니터링에 집중해 국민 교육을 등한시하는 사이, 환자들은 포털 사이트 등에서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오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집단에서도 교육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마약성 진통제와 마약류 의약품이 전문 의료진이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를 따로 제작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통증학회 조대현(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회장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86년 암성통증 관리를 위한 약물요법 지침을 제정했고 우리나라도 이를 바탕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암성통증 환자에 투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암성 통증에 대해서는 2016년도에서야 대한통증학회가‘만성 비암성 통증에 대한 오피오이드 처방의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정도로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지식 및 인식도가 미약한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학과 전문가들로 패널을 구성해 비암성 만성통증 환자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 지침이 지속적으로 개선, 수정되어 의료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정부의 실질적인 연구 용역 등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즉 학회는 물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제 의료현장에 맞는 관리 및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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