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떠난 여인들, 왜 강남 터미널로 왔나
지난 2000년, 강남에서도 대표 부촌으로 손꼽히는 반포동에 화려함의 상징인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며 호남선 전용 고속버스터미널이 함께 개장했다. 이후 하루 수만 명이 오가는 이곳에 7명의 여자 노숙인이 살고 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도 다양한 그녀들은 매일 아침 깨끗하게 세수와 화장을 한 뒤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합실에 있는 TV로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쇼핑몰을 돌며 하루를 보낸다. 터미널 안에서 먹고 자는 것은 물론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살아간다. 집과 가족을 등지고 자유를 찾아 나온 7명의 여자들은 왜 강남 터미널에 둥지를 틀었을까.
# 밤 11시, 캐리어를 끌고 나타나는 71세 영자 씨
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터미널에 불이 꺼지며 영자 씨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대합실 한쪽 구석 동상이 있는 의자가 그녀의 지정 좌석이다. 이곳에 온 지 6개월째라는 영자 씨의 나이는 올해 71세로 여성 노숙인들 중 최고령이다.
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터미널에 불이 꺼지며 영자 씨는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나타난다. 대합실 한쪽 구석 동상이 있는 의자가 그녀의 지정 좌석이다. 이곳에 온 지 6개월째라는 영자 씨의 나이는 올해 71세로 여성 노숙인들 중 최고령이다.
20년 전 터미널 인근 아파트에서 살았고, 광명시에 소재한 주택과 일산의 상가까지 자칭 땅 부자였다는 그녀의 노숙생활은 의문투성이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사과 한 쪽으로 식사를 마친 뒤 터미널을 나갔다가 밤이 되면 돌아오는 일상, 대체 영자 씨는 하루 종일 어디를 다녀오는 것일까.
# 7년째 노숙하는 67세 순이 씨
새벽 1시,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잠드는 시간이지만 잠들지 못한 한 여자가 있다. 불 꺼진 터미널 안에 사람들과 떨어져 외진 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67세 순이 씨다.
조용한 성격에 평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신문을 보는 것이 전부라는 그녀는 교양 있는 말투에 노숙인 같지 않은 외모로 주변 상인들조차 그녀가 7년째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녀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이 찾아오지만 순이 씨는 남동생을 외면한다. 그런 누나의 모습을 숨어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남동생과 순이 씨의 가족을 부정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집과 가족이 있지만 여행객인 듯 노숙인 듯 터미널에서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오늘(4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되는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