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정된 대한간학회(KASL)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의 핵심 변화가 소개됐다.
이혜원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세브란스병원 간센터)는 28일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에서 “개정 지침은 간수치(ALT) 중심의 기존 치료 기준에서 벗어나 HBV DNA(바이러스 수치)를 중심으로 자연경과를 재정립하고,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를 간수치와 무관하게 즉각 치료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골자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높은 간암 사망원인…방치시 간경변증·간암으로
국내 만성 B형간염 감염자 수는 2020년 기준 약 120만명으로 추정되며, B형간염 관련 간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8.9명으로 WHO 퇴치 목표치인 4명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발생하는 간암 사망자(약 1만명) 중 B형간염 기인 비율은 약 60%로 제시됐다.
만성 B형간염은 정상 간에서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치료 시작 시점이 핵심 관건으로 꼽혔다.
◆진단율 높지만 치료율은 낮아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 간염 보고서 2026’에 따르면 전 세계 만성 B형간염 진단률은 27%(목표 90%), 치료 대상자의 실제 치료율은 4.3%(목표 80%)로 예방접종률 대비 큰 격차를 보였다.
국내 상황도 유사해 추정 환자 수 대비 진료 연계율은 39.4%, 치료 필요군은 33%, 실제 치료율은 22.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수치(ALT) 중심 평가의 한계
기존 치료 기준은 바이러스 수치가 높고 간수치(AST·ALT)가 일정 기준(e항원 양성 시 HBV DNA 2만 이상·AST 또는 ALT 80 이상 등) 이상일 때 치료를 시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는 판단이 애매한 ‘회색지대(indeterminate)’ 환자가 약 30%였다.
간수치가 정상이어도 37%에서 유의미한 간조직 손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나 치료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바이러스 수치를 저·중등도·고바이러스혈증으로 구분했을 때, 과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중등도 바이러스혈증(HBV DNA 2000~8log10 IU/mL) 구간에서 실제 간암 발생 위험이 6.1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치료 대상의 확대
이에 따라 개정 지침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HBV DNA 2000~8log10 IU/mL) 환자는 간질환 진행 및 간암 발생의 고위험군으로, 간수치(ALT)와 무관하게 즉각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한다(B1)’고 명시했다.
고바이러스혈증(8log10 초과)은 30세 이상이거나 ALT 상승, 유의한 섬유화가 있을 때 치료하며, 저바이러스혈증(2000 미만)은 간경변증 여부를 확인한 뒤 추적 관찰하도록 했다.
◆간소화된 치료 알고리즘
간경변증이 있으면 HBV DNA가 검출되는 즉시 ALT와 무관하게 치료를 시작하고, 간경변증이 없는 경우 저바이러스혈증은 모니터링, 중등도 바이러스혈증은 즉시 치료, 고바이러스혈증은 위험인자(30세 이상·ALT 상승·섬유화) 유무에 따라 치료 또는 모니터링하도록 알고리즘이 단순화됐다.

◆학문적 근거와 기대 효과
이 교수는 근거로 회색지대·중등도 역가 만성 B형간염 환자 734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Lim YS 등, Lancet Gastroenterol Hepatol, 2025)을 제시했다.
테노포비어AF(TAF) 조기 치료 시 관찰군 대비 심각한 간질환 및 간암 발생 위험이 79%(위험비 0.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모델링 경제성 분석(Lim YS 등, Aliment Pharmacol Ther, 2022, 치료 적격자의 70% 치료 가정)에 따르면 ALT·HBeAg 제한을 없애고 HBV DNA 2000 이상이면 치료하는 가장 확대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간암 4만 3300건, 사망 3만 7000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 가이드라인과의 비교
발표에 인용된 비교 자료(Kim GA 등, Clin Mol Hepatol, 2026)에 따르면 WHO(2024)는 현장 적용성과 치료 대상 확대를 강조한다.
유럽 EASL(2025)은 만성 감염과 만성 간염을 구분해 HBV DNA와 ALT 상승을 함께 고려하며, 미국 AASLD(2025)는 면역관용기·활동기·비활동기 등 전통적 임상 분류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KASL-EALA(2026)는 회색지대를 줄이는 데 방점을 두고 ALT만 기다리지 않고 위험도를 함께 고려해 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단순화했다는 설명이다.

◆진료지침과 보험급여 기준의 간극
이 교수는 “KASL 2026 가이드라인이 중등도 역가군에 대해 ALT와 무관한 즉각 치료를 권고하는 반면, 현재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여전히 HBV DNA와 ALT 증가에 기반해 있어 진료지침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보험 급여 기준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항바이러스제(NA)는 바이러스 억제에는 탁월하지만 완치(HBsAg 소실)율은 매우 낮아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바이러스 RNA를 표적하는 ASO·siRNA 계열 치료제(베피로비르센 등)가 임상 3상을 완료해 기능적 완치율 약 20%에 도달했으며, 약화된 T세포 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면역조절제 연구도 진행 중”이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평생 관리에서 완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