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의료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문제제기 이어져…마취통증의학회·좋은의료문화연대 등 - 형사특례 요건 “책임주의 원칙과 충돌”…임상 현실 반영 부족 비판 - 심의위 전문성·설명의무 기간·배상 선행 요건 등 쟁점 공유
  • 기사등록 2026-04-10 19:30:03
기사수정

의료계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 이어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좋은의료문화연대·공정의료시민연구소 등도 성명서와 의견서를 발표하며 “필수의료 현장의 진료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재검토를 촉구했다.


◆형사특례 구조 “사후 요건이 형사책임 좌우” 공통 비판

개정안은 임의적 형 감면과 기소제한 특례라는 두 가지 형사특례를 도입했다.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사고 후 설명의무가 이행된 경우 등을 전제로 적용되고, 기소제한 특례는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을 추가 요건으로 요구한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이 구조가 “행위 당시의 위법성과 과실뿐 아니라 사후적 요건의 충족 여부를 결합시킨다”며 “보험 가입 여부·설명의무 이행·손해배상 여부 등이 형사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책임주의를 기본 원리로 하는 형사법 체계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 역시 “고의가 아닌 결과에 대한 형사처벌 확대는 필수의료 기피와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행위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전문적 판단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중대한 과실” 기준, 임상 표준과 괴리

마취통증의학회는 개정안이 “약물 투여 전 필수적인 과민반응 검사 미실시”를 중대한 과실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현재 임상 표준에서는 모든 마취 약물에 대한 사전 검사가 권고되지 않으며, 일부 약물은 예측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표준화된 검사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응급 상황에서는 이러한 검사를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도 ‘중대한 과실’ 및 ‘의학적 예측 가능성’ 기준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의료인의 법적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키고 방어진료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술 중 이물질 잔존, 환자 확인 오류, 약물 투여 오류 등 주요 의료사고 역시 개인의 과실을 넘어 인력 부족과 시스템 문제 등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이를 형사처벌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아·산과 마취 영역 보호 사각지대 우려

마취통증의학회는 소아 및 산모 마취가 생리학적 특성과 임상 상황의 복잡성으로 인해 성인보다 높은 위험과 난이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의 정의가 긴급성 중심으로 해석될 경우 선택적 소아 수술이나 특정 산과 상황이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오히려 위험도가 높은 영역에서 법적 보호가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도 “필수의료의 정의가 고난도 진료 중심으로 협소하게 설정될 경우 지역 1·2차 의료기관이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별도로 지적했다.


◆배상 선행 요건·책임보험 의무화, 부담 구조 집중 비판

마취통증의학회는 손해배상 전액 지급을 기소제한 요건으로 설정한 점에 대해 “민사적 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확정되기 이전 단계에서 배상을 선행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며 민법상 과실책임 원칙과의 긴장 관계를 지적했다.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유지되면 형사절차가 그대로 진행되는 구조여서 “형사절차가 민사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배상 가능성이 달라지면 형사책임 결과에도 차이가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도 제기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책임보험 의무화에 대해 “국가가 부담해야 할 책임을 개별 의료기관에 전가함으로써 필수의료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

마취통증의학회는 뉴질랜드·스웨덴·핀란드 등이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과실 입증 없이 공적 보험 또는 사회적 보상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보상하고 민·형사 분쟁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이번 개정안은 조건부 형사특례를 전제로 배상과 보험 부담을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집중시키는 구조여서 “공적 보상 시스템을 통한 위험 분산보다는 개인 책임 중심의 부담 구조가 강화된다”고 평가했다.


◆사고 후 7일 내 설명의무, 양측 모두 “비현실적”

마취통증의학회는 “수술 중 심정지의 원인이 마취인지, 수술인지, 기저질환인지를 분석하는 데 수 주에서 수 개월이 소요된다”며 “7일 내 설명의무가 마취사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원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설명이 이후 수사나 분쟁 과정에서 불리하게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한 발 더 나아가 “7일 내 설명의무 등 설명·동의 의무 강화 조항이 사실상 강행 규정으로 작용해 의료인의 방어권을 제한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 전문성·중립성 우려 공유

마취통증의학회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의료 전문 인력이 25%에 불과한 구성으로 단기간 내 과실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된 점이 전문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위원회의 판단은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수사 및 기소 여부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견진술권 보장 및 불복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도 적법절차 원칙과의 관계에서 보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좋은의료문화연대 역시 행정기구가 형사책임 판단에 관여할 가능성과 전문성 부족을 문제로 제기하며, 결과 중심의 사후 평가로 흐를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정 자동개시 확대, 행정 부담 가중 우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조정 절차 자동개시 확대가 의료분쟁 증가와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별도로 분석했다. 

이 쟁점은 마취통증의학회 성명서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개정안의 분쟁조정 절차 전반에 대한 현장 우려를 보여주는 논점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공적 보상체계 마련 △기소제한 특례 요건 구조 재검토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구체화 △사고 후 설명의무의 합리적 조정 및 보호 범위 확대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전문성 강화와 절차적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좋은의료문화연대는 “환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국가 책임 기반의 보상체계 확립, 의료시스템 개선, 환자안전 체계 구축, 전문가 중심의 동료평가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전문가·시민 참여 공론화 과정을 통해 해당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의료현실과 법적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관련기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medicalworldnews.co.kr/news/view.php?idx=1510974027
기자프로필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9월 10일 병원계 이모저모④]고려대구로, 서울대, 이대서울, 일산백병원 등 소식
  •  기사 이미지 [9월 4일 병원계 이모저모②] 가톨릭중앙의료원, 동탄성심병원, 서울대병원 등 소식
  •  기사 이미지 [9월 4일 병원계 이모저모③]경북대, 단국대, 부산백병원 등 소식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2026신년
국립중앙의료원
경희의료원배너
인제대백병원
한림대학교의료원
분당제생병원
서남병원
아스트라제네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