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가 지난 22일 의과대학 정원 확대, 성분명 처방 법안 철회, 검체 위수탁 제도개편, 관리급여 제도,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 5대 정책 현안에 대한 종합 입장을 발표하며 정부와 국회에 구조적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대정원 확대 “검증 없는 속도전…의료체계 붕괴 우려”
대개협은 지난 22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37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속도, 근거, 방향이라는 3가지 측면에 모두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충분한 검증과 합의 없이 단기간에 대규모 인원을 확대하는 것은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수련체계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의료인력 추계 주기 단축 등 촉구
대개협은 의료인력 추계 주기를 최소 3년 전후로 단축하고, 추계위원회에 임상의사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정원 확대는 고정된 정책이 아니라 필수의료 인력 확충, 의사 지역 정착률, 수련환경 개선 등 구체적 지표에 따라 조정되는 조건부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유인 정책 요구
특히 “현재 의료 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 전달체계와 보상 구조에 있다”며 지역 개원 시 세제 혜택 확대, 재정·금융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가산, 생활 인프라 지원 등 실질적 유인 정책을 요구했다.
대개협은 “의대정원 확대의 핵심은 ‘얼마나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고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라며 구조적 개혁으로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성분명 처방 법안 “의약분업 근간 훼손…즉각 철회하라”
대개협은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에 대해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3월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해당 법안 심사가 예정됐지만 의료계의 항의 집회 등 논란이 커지면서 차기 소위원회로 연기된 바 있다.
▲대체조제 반복 시 의사-환자 간 신뢰 훼손
대개협은 “동일 성분이라도 대체조제가 반복되면 환자 안전과 치료 효과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의사-환자 간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53.55%로 규정돼 어떤 복제약을 처방하더라도 약제비는 비슷할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함에도, 약사회 측이 “성분명 처방 전면 도입 시 매년 7조 9000억 원 재정 절감”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사회 “자가당착의 전형적 사례”
대개협은 또한 약사회가 대체조제의 안전성을 주장하면서도 지난 3월 5일 모 제약사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원료 변경 문제에 대해 비판 입장문을 낸 것을 “자가당착의 전형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대개협은 “성분명 처방 강제가 아니라 약가 결정 구조 개편과 공급망 개선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검체 위수탁 제도개편 “개인정보보호·현장 혼란 최소화 우선”
대개협은 검체 위수탁 제도개편에 대해 국민 건강·안전과 위수탁 의료기관에 수용성 있는 개편이 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 2025년 12월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각각 신설해 청구방식을 개편하는 안건이 의결된 바 있다.
▲“환자정보 유출은 그 자체가 직접 피해”
대개협은 “수탁기관에 직접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새로운 제도 시행 시 수검자의 민감 개인정보 전송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환자정보 유출은 그 자체가 직접 피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제도개편 결과에 따라 폐원을 고려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수탁기관 간 정산 유지
대개협은 현재 청구형태를 일부 활용해 위탁기관 일괄 청구 후 일정 배분비율에 따른 위수탁기관 간 정산을 유지하는 방식이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관리급여 “본인부담률 95%…허울뿐인 급여”
대개협은 정부가 올해 2월 도입한 관리급여 제도에 대해 “본인부담률이 95%에 달해 사실상 비급여와 동일한 허울뿐인 급여”라고 비판했다.
관리급여는 도수치료·신경성형술·방사선 온열치료를 일차 대상으로 지정한 선별급여의 한 유형이다.
대개협은 최근 10년간 비급여 본인부담금이 11.2조 원에서 21.8조 원으로 1.9배 증가한 반면, 공단부담금은 41.5조 원에서 90조 원으로 2.16배 증가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의료비 증가가 비급여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급여 항목에서도 구조적으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리급여 항목이 급여로 지정되면 실손보험 보장 범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고, 5세대 실손보험에서 자기부담률을 95%로 연동할 경우 실손보험 보장이 사실상 소멸된다”며 국민의 부담을 우려했다.
대개협은 관리급여를 포함한 선별급여 제도의 궁극적 폐지와 국민 체감 보장성 확대를 요구했다.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반대 위한 반대 안 해…전제조건 충족돼야”
대개협은 정부가 추진하는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세 가지 핵심 전제를 제시했다.
임상 전문가 의견의 최우선 반영, 의료비 절감이 아닌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정책 설계, 현실적 수가 체계 마련과 행정적 편의성 보장이 그것이다.
▲행위별 수가체계 근간, 인센티브형 수가 제시 요구
대개협은 “행위별 수가제에서 인두제로의 급격한 전환은 의사의 진료 의욕 저하와 의료 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행위별 수가체계를 근간으로 한 인센티브형 수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영국·캐나다식의 강제적 문지기 역할은 한국의 저수가 체계와 의료 문화에서 실현 불가능하다며, 주치의를 통한 진료 시 환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치의 제도, 일차의료 가치 인정받는 안전벨트 필요
대개협은 “주치의 제도가 의사를 구속하는 족쇄가 아니라 초고령 사회에서 일차의료의 가치를 인정받는 안전벨트가 돼야 한다”며, “개원의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진정한 반대 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정부와 국회가 단순한 수치 확대나 일방적 제도 개편에서 벗어나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민 건강과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책임 있는 정책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