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8일 발표한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관의 93.8%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를 인지하고 있지만 무인정보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차별행위 인지도 높아졌지만 접근성 격차 여전
이번 실태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메트릭스가 2024년 10월 23일부터 2025년 1월 13일까지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소속기관, 국공립·사립 대학, 공공의료기관 등 4,114개소와 장애인 당사자 54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행위에 대한 기관의 인지도는 93.8%로, 2021년 조사(91.7%) 대비 2.1%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장애인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관도 2021년 13.1%에서 올해 3.9%로 9.2%포인트 감소했다.
기관장들의 노력도 늘었다.
장애인보조기구 마련 및 편의시설 구축(72.1%), 정당한 편의 제공 및 응대 매뉴얼 교육(66.0%) 등을 실시하는 기관이 급증했다.
◆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보장은 갈 길 멀어
하지만 2026년 1월 28일 전면 시행을 앞둔 무인정보단말기 관련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에 대한 현장 준비 상황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인정보단말기를 직접 운영·관리하는 기관(1,719개, 41.8%) 중 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개선 계획이 있는 곳은 38.0%에 불과했다.
▲ 기능적 접근성 측면 모든 편의 기능 제공 기관 1.4%
더욱 심각한 것은 기능적 접근성 측면에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뇌병변장애인을 위한 모든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고 응답한 기관이 1.4%에 그쳤다는 점이다.
▲ 물리적 접근성 측면
물리적 접근성도 마찬가지다.
무인정보단말기 주변 장애물 제거(96.0%), 찾기 쉬운 곳 설치(95.8%) 등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기관은 많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 설치(30.9%), 음성신호 및 음성유도 장치 제공(22.2%)는 여전히 낮았다.
▲ 장애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무인정보단말기는 무인주문기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험은 더욱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무인정보단말기 이용 경험이 있는 장애인 277명 중 44.8%는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무인정보단말기로 직접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응답(20.6%)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 불편을 경험한 장애인(161명)이 가장 어려워하는 기기는 무인주문기(80.1%)였다. 이어 무인결제기(38.5%), 티켓발권기(32.3%) 순이었다.
불편사항으로는 ‘주문이 늦어져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눈치가 보임’(54.0%)이 가장 많았고, ‘버튼 위치를 찾기 어렵거나 메뉴 선택 방법 및 이동의 어려움’(26.1%)이 뒤를 이었다.
장애유형별로는 시각장애인의 72.3%, 휠체어 이용자의 61.5%가 직원을 통한 주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장애인이 원하는 지원은 ‘직원 배치’ 또는 ‘호출벨 설치’
장애인들이 무인정보단말기 사용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지원은 ‘직원 배치 또는 호출벨 설치’(51.3%)였다.
이어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이 서툰 이용자를 위한 전용 구역 마련’(51.3%),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시행’(44.4%) 순이었다.
특히 시각장애인(78.7%), 심한 장애인(62.3%), 휠체어 이용자(64.6%)에게서 직원 배치나 호출벨 설치 요구가 높게 나타났다.
현재 무인정보단말기 운영 기관 중 장애인 지원을 위한 보조 인력이 있는 곳은 43.7%에 그쳤다.
보조 인력을 두지 않은 이유로는 인력부족(44.1%), 예산부족(31.4%), 필요성 인식 부족(15.8%) 등을 들었다.
◆ 정부, 제도개선 및 가이드라인 마련 계획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장의 이행 준수률이 낮은 원인을 분석하고, 장애인의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상의 불편함과 선호하는 방식을 확인하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의 보급이 확대되고 장애인 정보접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아울러 무인정보단말기를 설치·운영하는 재화·용역 제공자가 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은 「접근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2020년 개정·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8조의2에 근거해 3년마다 실시되며, 2021년 첫 조사 이후 두 번째다.
2026년 1월 28일 무인정보단말기 관련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전면 시행되는 만큼, 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