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최근 전직 고위 정치인이 공중파 방송에서 “ADHD 치료제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과학적 근거 없는 발언”이라며 강력 반박하고 나섰다.
◆ 학회 강력 반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24일 천근아 이사장과 한덕현 홍보이사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해당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전직 고위 정치인이 최근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ADHD 약에 마약 성분이 들어있다”, “부모와 학원이 성적 향상을 위해 아이에게 마약을 권한다”, “이 약을 먹다 중독되어 필로폰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학회는 “이러한 발언은 ADHD 치료제에 대한 명백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치료받고 있는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심각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ADHD는 의학적으로 인정된 신경발달질환”
학회는 ADHD가 전두엽 기능의 미성숙과 실행 기능 조절의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뇌 발달 기반의 신경발달장애라고 설명했다.
국내 ADHD 유병률은 아동·청소년에서 약 6~8%로 보고되고 있으며, 진단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준에 따라 표준화된 평가와 전문적인 면담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학회는 “치료받지 않은 ADHD는 청소년기 학업 중단, 약물 남용, 충동적 범죄 위험 증가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과 연결된다”며 “반면 약물치료를 받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향후 약물 남용 및 법적 문제에 연루될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치료제는 마약 아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수단”
학회는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ADHD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FDA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승인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이라고 반박했다.
“ADHD 치료제는 의학적 필요에 따라 전문의의 판단 하에 적절히 사용되는 치료 약물”이라며 “정당한 치료를 ‘마약 복용’이라 표현하는 것은 과학적 사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치료받는 아동과 가족에게 심각한 낙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목적의 적절한 사용에서 ADHD 약물의 중독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오히려 여러 연구에서 약물치료를 적절히 하는 것이 향후 약물 남용의 위험을 오히려 줄인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치료받지 못한 ADHD야말로 향후 충동성과 자기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약물 중독, 학업 및 직장 적응 실패, 대인관계 갈등 등 다양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 “성적 향상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한 치료”
학회는 ADHD 진단이 의학적 기준과 임상 평가를 기반으로 내리는 전문적인 판단이며, 약물치료는 단순히 '성적 향상'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DHD 아동에게 약물치료는 자존감 회복, 정서적 안정, 또래관계 회복, 학업 및 사회적 기능 향상을 돕는 치료적 결정이자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 “부정확한 정보로 치료받을 권리 위협”
학회는 공신력 있는 매체를 통한 근거 없는 발언이 ADHD 아동과 가족에게 낙인을 심화시키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적절한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아동의 경우, 이같은 보도가 반복될 때 “나는 마약을 먹고 있다”는 오해 속에서 자존감 저하, 위축, 또래 관계에서의 소외와 낙인을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는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ADHD 아동의 장기적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 아닌 인사의 발언에 유감 표명
학회는 “정신건강은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요구되는 분야”라며 “전문가가 아닌 인물이 사실과 다른 발언을 공적 매체에서 반복하는 것은 국민 정신건강 증진에 방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치는 성숙한 소통 문화를 촉구한다. 언론 또한 그 파급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제공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올바른 치료 접근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