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1년 4개월 만에 의료계의 새로운 전환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서울 4개 주요 병원 전공의 비대위가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의료 정상화 의지를 공동으로 표명하며 의정갈등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 박단 위원장 “1년반 최선 다했지만 실망만 안겨” 사퇴
박단 위원장은 24일 각 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공지에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지난 1년 반,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겼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이 내 불찰이다. 모쪼록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지난 23일 비대위 공지 글을 통해 “의료 사태 해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다른 주요 현안에 밀려나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당장 복귀 여부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24일 급작스러운 사퇴를 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 빅3 병원의 대전협 이탈이 공식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24일 “대선 이후 대전협 비대위 행보는 많이 실망스럽다. 이제는 전쟁에서 진격할 장수가 아닌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외교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일 년 반을 함께 고생했던 동료이자 친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고 아쉬움을 보이고 했다.
◆ 전공의들 사이 엇갈린 반응
박 위원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복귀를 원하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 500여 명이 모인 온라인 대화방에서는 “도망가는 거냐”, “마지막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비판과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한 전공의는 “지금까지 대전협이 전체 전공의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었다. 현 사태에 대한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서울 4개 병원 전공의 비대위 “정부와 대화” 공동선언
서울 주요 4개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고대의료원) 전공의 비대위는 24일 정부와 대화를 통한 의료 정상화 의지를 담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료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에서 “정부와 함께 해답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에 의사 비율 확대 및 제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등 3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 새 비대위 구성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 추진
서울 4개 병원 전공의 비대위 등 전공의 및 의대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7월 말까지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교착 상태가 전공의들의 투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또한 의대 예과 1학년 학생들의 트리플링이 현실로 다가오고, 의대생 내부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됐다.
대전협 임시 대의원총회는 회칙에 따라 오는 6월 26일(목) 오후 9시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6월 28일(토) 오후 5시 오프라인 대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 병원들 전공의 복귀 대비 준비 속 기대와 우려
이런 가운데 각 병원들은 전공의 복귀에 대비해 인력 재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 A병원장은 “정부와의 협상 결과가 복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새 정부와 원만하게 협상할 수 있는 전공의 리더십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보직자는 ”당직·진료 일정은 당장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의사들의 피로도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B 의대 교수는 “아직 정부와 의료계간 논의가 된 부분도 아닌 상황에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위계질서로 유지되던 수련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과거처럼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우선 26일 열리는 임시 대의원총회 결과와 새로 구성될 지도부의 정부와의 협상 능력이 의료 정상화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박단 위원장의 의협 부회장직 사임 절차는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후속 절차의 복잡성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