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추석 연휴기간 응급실 대란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증 우선 진료, 진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노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응급실 떠나는 의사들 계속 증가 예측
최근 평상시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아진 반면 계속되는 의료 공백 상황에 따른 과로, 현장과 맞지 않는 정책 시행 등으로 인해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는 늘어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의 어려움은 계속돼 왔는데 코로나 등을 거치면서 더 심해졌고, 최근까지 버티다가 응급실을 떠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재 약 500명이 개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지역의 응급실 의사 부족 사태가 수도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가을 정도가 되면 (의사들이 부족해) 지방의료원부터 연쇄 도산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한주 동안 응급의학과 구인 구직이 평소의 약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나도)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언제까지 응급실을 지키고 있을지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사진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
문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추석 연휴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최대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이는 평상시 평일의 약 1.9배 수준이다.
사고로 인한 응급실 방문도 많아졌다.
연평균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 추석 연휴 화상이 3배, 관통상 2.4배, 교통사고가 1.5배까지 증가했다.
거기다 올해는 코로나19, 온열질환자 등의 증가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소방청 긴급 간담회…대통령실 “추석 응급실 대란 없을 것”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증보다는 중증환자 중심으로 응급실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비응급·경증 응급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전문응급의료센터 등을 내원할 경우 응급실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90%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도 입법 예고했다.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소방청(청장 허석곤) 배덕곤 차장 직무대리는 지난 26일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긴급 간담회도 개최했다.
최근 제기되는 응급실 부하를 고려할 때 응급의료 유지를 위한 지원과 함께 응급의료기관의 역할에 부합하는 환자 이송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22일 발표한 응급의료 유지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응급실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경증환자 본인부담 인상을 추진한다.
특히, 환자가 증상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으로 제때 이송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이송체계도 마련한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응급실 운영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중증응급질환에 대한 진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 보건의료노조 파업 우려에도 불구하고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 정상화를 위해 지속 노력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개혁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응급실은 정말 응급에 맞는 환자들만 와서 신속히 치료할 수 있게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계속 모니터링을 해야겠지만 추석에 응급실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경증 자가 진단 가능할까?”
반면 이형민 회장은 “추석 연휴에는 가뜩이나 환자들이 많은데 응급의료현장에서 환자들에게 경증인 이유에 대해 설명 및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 같다.”라며, “이번 개정령안은 가뜩이나 버티기 힘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응급실 이탈을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문의들도 경증과 중증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환자나 구급대에서 경증과 중증을 구분해서 가야 한다는 부분은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민들도 “환자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경증과 중증 구분을 할 수 있을까요?”, “경증, 중증을 구분해서 가라는 얘기인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다시 묻고 싶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정부의 이번 개정령안은 의료비가 부담되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꺼려해서 응급 처치를 놓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비의료인인 환자가 적시에 응급 처치를 받지 못하고 위급한 상황에 놓을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경증과 중증의 구분이 쉽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복통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의 중증과 경증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지에 대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라며, “정부가 얘기하는 방향 자체는 맞을 수도 있지만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 △경증과 중증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환자와 의료계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 △응급의학에서 절대 수가와 연동하면 안된다고 한 기준들을 적용한다는 점 등 현장과 맞지 않고, 의료계와 환자들의 피해만 가중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대란 속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라며, “최소한의 정의 및 국민적인 공감대 마련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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