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현 상황을 두고 정부의 시각에 대해 곳곳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이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시갂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부터 국민의힘 현직 의원에 이르기까지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 vs. 보건복지부 차관
우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정부 관계자는 당장 구급차부터 타 보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글에서 “복지부 차관이 응급실 대란에 대해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 호도이다.”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우선 반나절이라도 응급실에 있거나 아니면 당장 구급차부터 타 보기 바란다. 잘 준비된 현장만을 방문하거나 설정 사진을 찍고서 문제가 없다고 대통령실에 보고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에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3일 저녁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저도 인정했으나 그렇다고 내일모레 모든 의료기관이 붕괴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진 :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브리핑,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이어 “붕괴라는 건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환자 진료를 못 하는 상황이 아니냐. 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그런 표현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팩트에 근거해서 해야지 국민들을 너무 불안하게 하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나절이라도 응급실에 있어 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나절 동안 앉아있어 본 적은 없지만 가서 상황도 보고 거기 계시는 분들 말씀도 듣고 있다.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걸 극복할 대책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다고 다 붕괴되고 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나라 상급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30∼40%에 이르는데 그러한 인력이 빠져나가 당직 등에 애로사항이 생겼다. 그런 어려운 여건 하에서 당초 생각보단 잘 버텨왔다는 취지다. 2월에 ‘3주를 못 버틸 것’라는 위기론이 있었는데 정부와 지자체, 의료진의 노력으로 6개월을 운영해온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에 대학병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희가 통계로 전체 의료체계를 보면 지역 종합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이 환자들을 분담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의협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복지차관 발언 충격…경질해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발언을 두고 비판했다.
박 차관은 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환자 본인이 증상의 중증을 판단할 수 없지 않겠냐는 질문에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차관의 망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화 사실만으로 경증을 판단할 수 있다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왜 공부하겠는가.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가 중증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를 원한다면 박 차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 차관은 오후에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너무 브로드하게 말씀드려 오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화한 발언이었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다 경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복지부장관 “정부가 의료 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고 최선을 다하겠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정부가 현재 태도를 유지한다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는 지적에 “의대 정원을 증원했다고 필수 (의료)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사례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이 끝내 미복귀하면 우리 의료 체계에 심대한 부작용이 있을 것이란 주장엔 “의료 개혁을 안 했으면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질 높은 의료 시스템이 유지가 안 되는 것이다. 책임은 정부한테 있고,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어놓고 탄력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의료계에) 이야기한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의료 현장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달나라에 살고 있는가?”라는 비판에 조 장관은 “정부가 의료 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답했다.
의료 대란에 따른 대국민 사과 요구에 조 장관은 “응급실 문제의 원인을 떠나서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환자들이 고통받는 것에 대해 복지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19센터에 “응급실 찾아달라” 요청 2배 이상 증가
이런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119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을 찾아달라”는 구급대들의 요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난 8월 25일까지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이송병원 선정 건수는 총 1,197건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519건 대비 1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업무별 비중에서 ‘이송 병원 선정’의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1.8%)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한 4.1%로 조사됐다.
‘대국민 병·의원 안내’도 같은 기간 41.8%에서 44%로 2.2%포인트 높아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구급대 재이송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이나 된다.
상반기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미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에는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는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19 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면 지난 2월부터 지난 8월 25일까지 119 구급대의 출동 건수 및 이송 건수, 이송 인원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다소 감소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응급실 진료제한 메시지 급증…전공의 이탈로 배후진료 부재영향
이와 함께 올해 전국 응급의료기관이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응급실 진료를 제한한다는 안내 메시지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띄운 경우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응급실 처치 뒤 후속 진료가 불가능한 것을 뜻하며,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종합상황판에 표시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 표출현황’ 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증원 발표로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난 지난 2월부터 8월 26일까지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는 총 7만 2,411건이나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실에 표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5만 9,004건)보다 약 1만3,407건(22.7%)이나 더 많은 것이다.
(그래프)보건복지부 제출자료
특히 지난 8월의 경우 병원들이 작년 같은 기간(6,971건)대비 3,639건이나 많은 1만610건의 응급실 진료 제한 메시지를 띄웠다. 이 중 전문의 부재 등 의료인력 사유가 3,721건(35.1%)을 차지했다.
김선민 의원은 “추석 명절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더욱 늘어날 텐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연대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으로 응급실 위기상황 막을 수 없다”
사회복지연대도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해 이미 빨간불이 켜진 위기 상황을 군의관·공중보건의 파견으로 막을 수 없다. 부산시와 29개 응급의료기관장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부산시는 권역별 응급 의료 센터, 지역 응급 진료 센터, 지역 응급 의료 기관 응급실 운영에 대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회복지연대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현안 대응 현황판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4일 기준 부산지역 2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 병상 포화 지수는 일반 병상 72.8%, 응급실 소아병상 94.7∼100%를 기록하고 있다.
응급실 일반 격리 병상의 포화 지수는 91.6%로 3병상만 남아있으며, 응급실 음압 격리 병상은 95.4%로 1병상만 남은 상태이다.
응급 전용 중환자실 병상은 71.2%, 응급전용 입원실병상은 65.2%를 기록했다.
사회복지연대는 “부산시 응급 의료 기관의 응급실 상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응급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석 연휴 기간이 더욱 우려되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응급 환자를 치료할 의료진 역시 부족한 상태로 조사됐다.
전공의가 줄어들면서 부산대병원의 경우 응급실 의사 수가 20명에서 8명으로, 동아대병원은 17명에서 6명으로, 해운대백병원은 15명에서 12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대통령실 ‘여야정 의료비상협의체 제안’에 “여야 합의 우선”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의료계 사태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여야는 의료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일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며, “여야 간에 먼저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심야응급실 방문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 의료진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병원 관계자 및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응급의료가 필수 의료 중 가장 핵심인데 국가에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아 참 안타깝다. 헌신하는 의료진에게 늘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라며, “응급실 수요가 많아지는 명절 연휴가 다가오고 있는데 가용한 자원을 가장 우선으로 투입해서 의사 선생님들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필요할 경우 예비비를 편성해서라도 지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정부성모병원 한창희 병원장은 “대통령께서 의료 현장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감사드린다.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운 교수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어 배후 진료에 차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라며, ”이번 기회에 의료 전달 체제를 개선해 환자 수가 아닌 진료 난이도로 보상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고위험, 중증 필수 의료 부문이 인기과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다. 필수 의료 인력들에 대해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의료인의 법적 리스크나 보상의 공정성 문제도 해결해 소신 진료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라며, ”국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늘 긴장 속에서 보내는 의료인들이 충분히 보상받게 해주겠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의료기관 방문은 지난 2월 의료개혁 발표 이후 이번이 아홉 번째로 윤 대통령은 그간 서울·경기·충남·부산 등 다양한 지역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료진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설명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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