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이 파행과 중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 4일 군의관 등 보강 인력을 긴급 배치했다.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등을 투입해 응급진료를 유지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군의관, 공중보건의사 등의 공백에 따른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사진 : 추석 앞두고 응급실 대란 우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정부, 응급실 부분중단 5곳 확인…군의관 파견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에 따르면 9월 4일 기준 응급실을 부분 운영 중단하거나 중단 예정인 병원은 총 5곳이다.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이대목동병원 4곳은 응급실을 단축 운영하고 있고, 순천향천안병원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는 24시간 운영하지만, 소아응급의료센터는 주 3회 주간만 진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응급실 인력 보강을 위해 군의관 8차 파견을 시작했다.
총 파견 인원 250명 중 15명은 의료 인력이 시급히 필요한 집중 관리 대상 의료기관인 강원대병원 5명, 세종 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 등을 파견했다.
복지부는 나머지 235명의 인력도 9월 9일까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군의관과 공보의 등에 맡길 수 있는 업무가 제한돼 있어 실효성이 크지않다는 지적이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군의관과 공보의를 바로 응급·중증환자 진료에 투입하기도 어렵고,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와 사고 시 법적 부담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진료를 기대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현장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군의관, 공보의 차출로 군·지역의료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 2월부터 비상진료체계가 지속됨에 따라 한정된 인력으로 중증 환자를 최우선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의료진 이탈, 피로도 심화로 일부 응급의료기관이 부분 운영을 실시하는 등 평상시보다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대학병원 인력 이탈로 위기감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종합병원 등에서 인력을 충원해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응급의료 대응 역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군의관들은 응급의학 전문의라 할지라도 전공의 과정을 막 마친 상태로, 교수급의 숙련된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력이 워낙 부족한 상황에서 군의관을 파견해 응급실 듀티당 2명 정도가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드리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군의관·공보의 투입…응급실 현장은 중단과 파행 이어져
정부가 군의관 및 공보의를 투입했지만 응급실 현장은 환자들을 위해 ‘셧다운’을 하지는 않았지만 진료 축소와 일부분 중단은 이어지고 있다.
▲아주대병원
5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심폐소생술(CPR) 필요 환자 등 초(超)중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양산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응급실에서 호흡기 진료를 무기한 중단한다. 일과시간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는 초음파와 영상 검사도 불가능하다.
▲여의도성모병원
당여의도성모병원은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야간 운영 중단을 검토중이다.
▲건국대 충주병원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중 5명이 지난 8월말 배후 진료 의사 부족과 응급환자 전원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사직한 이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게 됐다.
(사진 :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 제한 운영,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최근 정부가 보강 인력도 투입하지 않기로 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응급실 위기지만, 붕괴는 아니다” 재차 강조
정부는 응급의료가 어려움에 놓인 것은 맞지만,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차관은 “문제를 바라볼 때 객관적이고 냉철해야 한다. 최근에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코로나19가 지나가서 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 의료기관의 노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 전체 의료는 유지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관련하여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표출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후속 진료 가능 여부 분석 결과, 9월 3일 기준 27개 질환별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은 평균 103곳으로 하루 전보다 1곳 늘어났다.
전체 409곳의 응급실 중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실은 405곳이다. 또 409곳 중 6.6%에 해당하는 27곳만 병상을 축소해 운영 중이라는 설명이다.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는 감소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
이에 대해 대학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정부가 얘기하는 것처럼 응급실이 위기인지 붕괴인지 말장난이나 말싸움을 하고 있는 걸 편하게 지켜보고 있는 환자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의료개혁을 얘기한 후 병원 방문 및 치료가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라며, “현재를 살고 있는 환자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면 그게 제대로된 개혁이 될 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환자는 “처음에는 정부의 말대로 의료의 질이 높아지고, 그동안 문제로 제기됐던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의료의 질은 더 저하되고 있는 것 같고,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어려움들도 겪고 있다.”라며, “정말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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