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1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협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 등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술장을 떠나는 의사들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지난 4일 의협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 회장 김동석) 개최 기자회견에서 “이번 법안은 외과계 의사들에게 수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력한 명분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실제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의 한 의사도 “더 이상은 수술을 못하겠다”고 밝히고, 최근 사직했다는 것이다.
이태연 회장은 “지난 12년간 수술을 해왔던 정형외과 의사를 수술장에서 떠나도록 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앞으로 더 많은 외과계 의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외과의사로서 깊은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수술실내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련하여 의료계 대부분의 협회, 학회, 의사회 등도 “앞으로 외과의사의 수술실 이탈은 더 이어질 것이고,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협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구성 촉구 등
대개협은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에서 대표적인 6가지를 주장했다.
대개협은 ▲대개협과 각과 의사회는 CCTV 설치 강제법 폐기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 ▲CCTV 설치 필요가 없도록 무자격자 불법수술 법정 최고형 처벌, ▲의협은 이번 법안에 참석한 183명 국회의원의 명단(찬성 135명, 반대 24명, 기권 24명)을 정리해 회원에 통보, ▲의협 회원들은 각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항의 방문하기, ▲세계의사회 및 각국 의사단체와 공조해 법안 폐기 촉구, ▲의협은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필요시 ‘의료악법 투쟁체’ 재발족 등)해 끝까지 투쟁할 것 등을 주장했다.
김동석 회장은 “수술에 관여하는 의료인은 CCTV 때문에 자신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야 하고, 환자도 자신의 수술 장면 동영상이 유포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처럼 일부의 일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과된 이번 법안은 국가적인 자원 낭비는 물론 과도한 비용 손실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설치의 장점에 대해 단점이 더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장영록 법제부회장은 “과연 일부의 대리수술 적발 및 방지를 위해 초가삼간을 태워도 되는지 의문이다”며,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퇴화는 물론 후배들의 앞날이 걱정될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김동석 회장,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 대한안과의사회 황홍석 회장, 대한가정의학회 의사회 강태경 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강력한 반대 촉구
대한수련병원협의회도 “최근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무자격자 대리수술 논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어떤 의료기관이라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법안의 명백한 반대를 밝혔다.
대표적인 이유는 ▲수술실내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인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전공의 수련 교육을 위축시키고, 필수의료인 외과계 지원 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어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등이다.
◆서울시醫,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 권리 보호보다 의료 본질 왜곡시키는 부작용 초래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도 수술실 CCTV 설치법이 붕괴 위기에 놓인 대한민국 필수 의료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 통과로 “수술실 CCTV가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의료현장을 위축시키고 환자-의사 간의 신뢰를 저해하여 의료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수술실 CCTV는 단지 의료진과 환자 개인의 기본권 제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공동체를 감시사회로 만드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 작업장 내 CCTV 설치를 강제화하는 동 법안을 전체주의적, 위헌적 법안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전국광역시도 의사회,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 등…법안 폐기 촉구 이어져
전국광역시도 의사회도 “수술실 CCTV 설치의무화 법안이 통과된 2021년 8월 31일은 대한민국 의료역사에 슬픈 날로 기억될 것이다”며,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코로나 예방백신 접종은 OECD국가중 거의 꼴지인 나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술실 CCTV설치를 법으로 정한 나라, 1년 6개월 이상 이어진 코로나 사태로 의료진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시기에, 의료진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런 법을 밀어붙인 더불어 민주당, 180석 입법독재의 칼날을 휘두른 집권 여당의 횡포를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이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분명한 것은 CCTV가 의료사고의 원인을 증명할 수 없다. 등장과 퇴장의 시간 측정, 미소였는지 비웃음이었는지의 표정 분석, 집중하자고 하는 것인지 갑질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 수련병원에서 필수로 행해져야 할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정 이었는지에 대한 논란 등 소모적이고 비의료적인 논쟁만이 남을 것이다”며, “오히려 많은 의료인들이 국가의료체계에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하게 만들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의 답보를 넘어 퇴보를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또 “누구도 원치 않을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많은 의료계 단체, 협회 등의 성명서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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