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병원장 이성호)이 지난 6월 4일 폐동맥고혈압으로 우심장까지 망가진 말기심부전 환자에게 인공심장(좌심실보조장치, 이하 LVAD(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수술을 성공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0월 LVAD수술에 성공한 데 이어 두 번째이다.
LVAD수술은 좌심실 끝 부분에 LVAD기기를 삽입하여 혈액을 흡입한 뒤 펌프를 통해 대동맥으로 뿜어주어 좌심실 기능을 보조하게 한다. 주로 몸 전체에 피를 보내는 좌심실에 설치하기 때문에 LVAD로 불린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이식/LVAD팀(흉부외과 이재진 교수, 심장혈관내과 유규형·한성우·최석원·이선기·박명수 교수, 윤은미 전문간호사, 이다희 사회복지사)는 지난 6월 4일 확장성심근병증으로 심장이식이 필요한 김지훈(62?남, 가명)씨에게 LVAD 수술을 했다.
환자인 김지훈 씨는 “죽을 각오를 하고 수술을 결정했는데 수술이 끝나고 처음으로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이제는 정말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살면서 이렇게 편안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LVAD수술을 받게 되면 심장에 기구가 연결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혈전 발생과 감염 등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이식/LVAD팀은 수술 후 A씨에게 LVAD 사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 김지훈 씨는 지난 2002년부터 심부전으로 고통을 받았다.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자 약물치료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졌다. 정상인의 심장기능(심박출계수)은 50~65%지만 그가 2년 전 말기심부전으로 진단받았을 때 그의 심장기능은 15%에 불과했다. 또 말기심부전 환자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심실세동 부정맥으로 언제 심정지가 올지 몰라 심폐소생을 위한 이식형 심장충격기(제세동기)를 몸 안에 삽입하고 있었다.
그는 “온몸이 붓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며, “누워서 잠을 자면 숨이 막혀 하루에 1~2시간 정도 앉아서 새우잠을 자는 날이 2년 동안 이어졌다”고 그간의 고통을 설명했다.
유일한 치료는 심장이식이었지만 그의 혈액형은 O형으로, 평균 300일에 달하는 심장이식 대기기간이 필요했다. 다만 LVAD수술을 통해 심장기능을 되찾고 정상인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결심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폐동맥고혈압에 의한 우심실부전이 동반돼 있었다. 우심실 기능이 떨어지면 LVAD가 성공적으로 삽입돼도 좌심실로 오는 혈액 부족으로 결국 LVAD가 제 기능을 못하게 돼 사망할 수 있다. 때문에 압력에 약한 폐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약물로 폐동맥고혈압을 낮춰는 동시에 혈류를 원활하게 순환시켜 LVAD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고난이도 수술이 예상됐다.
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심장이식/LVAD팀은 6월 4일 LVAD수술을 시행했다. 흉부외과 이재진 교수가 김씨의 몸에 장착된 심장충격기를 중지시킨 뒤, 가슴을 열고 흉골을 절개하자 확장성심근병증으로 심하게 커진 심장이 드러났다.
심장에 LVAD를 장착하기 위해 먼저 연결고리를 심장에 정교하게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이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각도로 LVAD가 삽입됐다. 약물을 통해 폐동맥고혈압을 낮추고 수액 투입과 LVAD 펌프속도를 적절히 조절해가며 혈액이 원활히 순환되도록 했다. 환자의 상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LVAD팀은 초음파를 통해 기기 삽입부터 수술 후까지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펌프속도를 조절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며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전체 수술 중 체외순환기 가동시간(실질적인 주요 LVAD수술시간)은 1시간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재진 교수는 “수술 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여 끊임없는 시뮬레이션을 하고 빠르고 정확한 수술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심장혈관내과 이선기 교수는 “두 번에 걸쳐 LVAD수술에 성공한 것은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LVAD팀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이다”며, “그동안 비용 문제로 대부분의 말기 심부전 환자들이 LVAD수술의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술 후 10일만에 우심실기능이 좋아지고, 다리 부종과 복수가 감소했다. 중환자실에 서 있는 운동과 걷기 운동 등의 재활도 시작했다. 그는 수술 보름 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겼다.
한편 LVAD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력기준과 설비기준 등을 갖춰야 함은 물론 최근 2년간 3례 이상 심장이식술을 시행해야 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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