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암 및 만성질환 등의 예방을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에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는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근거와 가치’ 2016년 12월호를 통해 이같은 내용들을 소개했다.
◆멀티비타민, 인지기능저하 예방·심혈관질환 재발 예방 도움 안돼
2013년 12월호 미국 내과학연보에는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The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개정안을 위한 근거논문과 함께 65세 이상의 남자의사들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멀티비타민의 복용이 인지기능저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사건강연구 II(Physicians’ Health Study II), 심근경색의 과거력이 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4.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멀티비타민의 복용이 심혈관질환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TACT 연구(Trial to Assess Chelation Therapy) 결과가 발표됐다.
또 ‘Enough is enough: Stop wasting money on vitamin and mineral supplements’라는 사설(editorial)에서는 기타 다른 문헌고찰과 가이드라인 역시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가 만성질환의 일차 혹은 이차예방에 있어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 사설에서는 베타카로틴, 비타민E, 고용량의 비타민A는 해로우며, 기타 항산화제, 엽산, 비타민B류, 멀티비타민 및 미네랄 보충제는 주요 만성질환에 기인한 사망률이나 질병발생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비타민류는 만성질환의 예방에 사용해서는 안 되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항산화 보충제, 암 예방효과 관찰되지 않아
2007년 Bjelakovic 등이 2005년 10월까지 발표된 68개의 임상시험(385편의 논문, 232,606명의 연구대상자)을 종합한 메타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미국의학협회지에 따르면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 셀레늄과 같은 항산화 보충제는 암 예방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항산화 보충제 종류, 연구의 질적 수준에 따른 세부군 메타분석(subgroup meta-anlaysis)에서도 항산화 보충제는 암 예방과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4개의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항산화 보충제의 복용은 방광암의 위험성을 유의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고찰에서 암 세포주 실험연구 및 동물 실험연구와 임상시험연구 결과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일부 항산화제들은 특정 임상적 상황에서 독성효과나 발암과정을 촉진할 수도 있으므로 암 세포주 및 동물 실험연구결과를 인간에게 직접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 사용 근거 없어
2013년 명승권 등이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한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능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의 사용은 주요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낮추지 않았다.
또 1차 및 2차 예방,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의 종류, 심혈관질환 종류, 연구디자인, 연구의 질적수준, 보충제 사용 기간, 연구비 재원, 보충제 지원기관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세부군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전반적으로 보충제 사용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명승권 박사는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목적으로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를 사용할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는 2012년 11월까지 대표적인 의학데이터베이스인 PubMed, EMBASE, Cochrane Library, Scopus, CINAHL, ClinicalTrials.gov를 검색해 총 294,478명의 대상자가 포함된 50개의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을 종합해 메타분석한 결과다.
◆심혈관질환이나 암 예방 평가 근거 불충분
2013년 12월호 미국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는 USPSTF에서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의 심혈관질환 및 암의 일차예방에 대한 최신의 체계적 근거 문헌고찰을 출판했다.
이 논문에 근거해 2014년 2월에 새롭게 개정된 USPSTF의 [암과 심혈관질환의 예방을 위한 비타민 보충의 권고안]과 권고등급은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예방을 위한 멀티비타민의 사용: USPSTF는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예방을 목적으로 멀티비타민의 사용에 따른 이득과 손실에 대한 균형을 평가할 만한 현재의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다(권고등급: I)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예방을 위한 단일 혹은 병합 영양보충제의 사용: USPSTF는 심혈관질환이나 암의 예방을 목적(권고등급: D) 등이다.
이외에 비타민C 보충제로 기대하는 △감기예방 △피로회복 등에 대해서는 근거가 미약하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승권 박사는 “비타민 및 항산화 보충제를 포함한 모든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여러 건의 질적수준이 높은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들을 통해 일관성 있게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후 사용을 권고해야 한다”며,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많은 임상시험과 이를 종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비타민과 항산화 보충제의 효능과 관련해 결핍증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건강을 목적으로 사용을 권고할 임상적 근거가 없음이 명확히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타민 제품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있는 이유는?
이처럼 근거가 부족함에도 비타민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비타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영양소로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매자들의 믿음 ▲비타민을 제조 및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 관련 업체의 선전과 홍보 ▲건강기능식품을 식약처에서 인정한 것에 대한 신뢰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수백 편의 관찰 역학연구(observational epidemiological study)의 결과를 종합했을 때 다양한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경우 암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30%까지 줄인다는 결과 ▲일반인들이나 개원가에서 비타민 제품을 경구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는 경우 면역력을 높이거나 항산화 작용으로 감기 등 감염성질환의 위험을 줄인다거나 피로회복이나 피부미백 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