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함량을 대폭 줄인 저염(低鹽)김치가 일반김치에 비해 단 맛은 더 강하면서 매운맛·신맛·감칠맛·아삭아삭한 질감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에 유익한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 있어서도 저염김치와 일반김치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김치를 담글 때 적절한 양의 소금을 넣는 것은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 김치 특유의 맛과 향을 내게 하고 배추 조직이 물러지는 것을 억제한다.
소금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심혈관 질환·신장질환·위암·비만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한경대 영양조리과학과 황은선 교수팀이 첨가한 소금의 양만 차이를 보일 뿐 같은 제조공정을 통해 제조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
이 연구에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제조 초기 염도는 각각 1.99%·1.56%였으며, 제조 후 시간이 흘러도 대체로 초기 염도를 유지했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시간이 지나도 김치의 염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김치의 발효 초기엔 배추 조직 내로 소금이 확산되지만 발효(숙성)가 진행되면서 배추 조직과 국물에 함유된 소금의 농도가 평형을 이루기 때문이다”며, “전통적인 김치의 소금 농도는 과거엔 3∼3.5%였으나 김치산업의 발달, 냉장기술, 김치냉장고의 보급, 소비자 입맛의 변화 등으로 현재는 김치의 염도가 1.5∼2%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당도는 당도계 상으론 별 차이가 없었다.
막 담근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당도는 각각 9.85·9.9 브릭스(Brix)였다. 제조 5일이 지나면 당도가 일반김치·저염김치 모두 급속하게 감소했다. 제조 1일차의 당도에 비해 50% 정도 줄었다. 제조 10일 후부터는 일반김치·저염김치 공히 당도의 감소가 완만해졌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김치의 저장기간이 길어지면서 당도가 감소하는 것은 발효 미생물이 에너지원으로 김치의 당(糖)을 이용하기 때문이다”며, “pH의 감소, 유산균 숫자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일반김치와 저염김치는 당도계 상으론 당도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 소비자의 혀를 통해선 단맛의 강도 차이를 나타냈다.
황 교수팀은 20∼50대 소비자(주부) 50명을 대상으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의 기호도와 단맛·신맛 등의 강도를 9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다. 기호도나 강도가 높을수록 높은 점수가 매겨진다.
소비자 패널 조사에서 짠맛의 강도는 일반김치(6.5점)가 저염김치(4.7점)보다 높았다.
젓갈 맛의 강도도 일반김치(5.3점)가 저염김치(4.4점)보다 높게 평가됐다. 단맛의 강도는 일반김치(3.9점)보다 저염김치(4.5점)보다 낮았다. 저염김치를 더 달게 느낀 것이다.
매운맛·신맛·감칠맛·아삭아삭한 질감 강도 점수에선 일반김치와 저염김치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치의 색(외관)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김치(6.3점)가 저염김치(5.5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김치를 제조할 때 넣는 소금은 배추의 삼투압을 증가시키고 유해 미생물의 생장을 억제하며 유산균의 증식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 외로 일반김치와 저염김치는 건강에 이로운 세균인 유산균 숫자에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황 교수팀은 논문에서 “김치를 담근 지 5일 째 된 날에 가장 높은 유산균 수를 나타냈다”며, “김치 제조 10일이 지난 후엔 유산균 수가 오히려 약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기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식품과학회지 최근호에 ‘나트륨 함량에 따른 시판 배추김치의 품질과 관능적 특성’이라는 주제로 소개됐다.
한편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에 가장 기여하는 식품은 배추김치(15.5%)·라면(4.5%)·총각김치(3.5%)·된장국(3.4%)·미역국(2.6%)의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