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수능을 치른 후 인공임신중절을 시도하다 사망한 10대 소녀의 사고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녀뿐 아니라 평범한 여학생이 2월 무렵 잠깐 동안의 일탈 때문에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를 산부인과 진료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봄 방학과 설 연휴, 발렌타인데이 등이 겹쳐있는 2월은 학년이 바뀌거나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시기이다.
학생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이 모호해 지면서, 자칫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운 때인 것이다. 호기심에 클럽 같은 곳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익숙하지 않은 알코올이 더해지면서 술김에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어 학부모들의 관심과 10대 자신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달리 충동적인 성행위의 결과로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호진 부회장은 “요즘은 미디어를 통해 성에 대해 접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청소년들의 자의식도 강해지면서 성경험이 빨라지는 추세이지만, 아직 학생 신분인 만큼 성(性) 문제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시 스트레스에 대한 일탈’, ‘남자친구와 분위기에 들떠서’, 또는 ‘남자친구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겨서’ 처럼 이유는 다양할 수 있지만, 피임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가 임신이 되어버릴 위험은 아직 젊기 때문에 더 커지게 된다.
정호진 부회장은 피임 없는 성관계에 대해 “‘설마 한 번쯤인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아직 생식기가 완전히 성숙되지 않아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태에서 갖게 되는 성경험이 장기적으로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는 경각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피임 없는 성행위는 ‘태어날 수 있는 생명’에 대해 무책임한 행동일 뿐 아니라, 미래의 인생계획에 있어 예상치 못한 큰 난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이미 성생활을 하고 있는 10대의 경우도 피임 실패율이 약 25%나 되는 배란일 계산법이나 실패율이 높아 피임법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체외 사정 등을 이용하면서도 스스로 ‘피임 중’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정확한 피임방법에 대해 숙지하고, 응급피임약은 정말 응급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이므로, 응급피임약에 피임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