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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폐색환자 수술 지연 외과의사 실형선고…의료계 반발 확산 “의사에 모든 책임 전가, 방어진료 초래할 것” 2021-12-26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소장폐색환자의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해 금고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선고와 관련해 의료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의협, 심각한 우려 표명과 함께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촉구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먼저 환자의 악결과 발생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전하고 환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이와 별개로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의협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한 후 장폐색이 의심되지만 환자의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인해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음을 감안해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인해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해당 환자의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되었다”며, 환자에게 장천공,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하여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의협은 “아직까지도 수술 여부 및 그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연구와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직접 환자를 진찰한 의사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으므로 현장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학적 원칙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며, “따라서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며,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의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에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환자와 의사가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사후에 그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협은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설 것을 적극 촉구했다.


◆서울시醫, 거듭된 의사 형사 처벌 판결에 우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도 의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경우가 거듭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수술 여부와 시기에 대한 결정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며 “비단 외과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 등 내과 환자에 있어서도 단지 좋지 않은 결과가 있었다는 이유로 치료 시기와 방법의 결정에 있어 의사와 의료진의 판단을 형사적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과연 누가 생명을 다루는 의업에 종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선의로 행한 의료 행위, 특히 중환자를 돌보며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가혹한 판결이 이어진다면, 의료인들을 위축시켜 의료공급의 왜곡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다”며, 의료사고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의료인의 과실 유무를 따져 처벌하는 방식을 지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최근 거듭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로 인해 생명을 다루는 급박한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료진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즉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한 경우 복수 의료감정이 필요한 것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법적,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외과의사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대한외과의사회도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외과의사회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기에 의사는 신중해야 한다. 당시 상황을 외과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장 폐색을 의심하기는 했지만, 응급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로 판단하지 않은 여러 변화와 증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의 상태를 다소 늦게 지연 진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상 주의위반에 해당하는 의료 과오로 판단하고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해 의사를 단죄하면 의료시스템에 또 다른 중대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즉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의료행위의 최전선에서 최선의 의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고, 조금만 의심되더라도 최후의 수단인 개복수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외과의사회는 “의료는 결코 모든 경우를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질병 그리고 의료행위 이후 나쁜 결과가 발생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는 분야이다. 입장을 바꾸어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판사를 형사입건하고 처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정상적인 의료 행위도 형법상 과실치사상죄 적용 가능”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도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의료의 결과는 예상할 수 없고 의학은 미완이므로 누구도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인데 이러한 판결로 가뜩이나 어려운 외과계는 더욱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행위를 시행함에 있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운 명제이다. 그렇기에 적절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거나 시행하는 의사 결정하는 과정이 신중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개복수술 같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할 때 시간적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해외 다수의 국가에서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인의 형사처벌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 형사처벌 빈도가 매우 높은데 이번 판결은 정상적인 의료 행위도 형법상 과실치사상죄의 적용이 가능하게 하므로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이번 판결을 시행한 재판부가 엄격한 증거에 의거하여 판단했을 것이나, 의료진들이 항상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며 적절한 치료를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므로 다시 한번 재판부의 혜량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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