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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그대 그리고 나 2014-09-06
lifenewsteam medical@medicalworldnews.co.kr
매일 손수 아침상을 차리는 남자가 있다. 호밀빵에 햄과 치즈를 얹고, 직접 커피까지 내리더니 똑똑- 아내의 방문을 두드리는 로맨티스트! 어느 신혼부부의 아침풍경인가 싶은데…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발의 할아버지 할머니다!? 안일웅(75) 한소자(75) 부부는 하루 24시간을 꼭 붙어 다니는 소문난 닭살 커플! 작곡가와 시인으로, 함께 곡을 만드는 파트너기도 하다.   그런데, 어쩐지 허전함이 느껴지는 부부의 집- 방에는 자식 손자가 아닌 애완동물 사진만 가득한데…   사실 두 사람의 슬하엔 자식이 없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다면 갖지 않는 게 옳다 생각했고, 그런 일웅 씨의 결심을 아내도 지지해준 것-   대신 부부는 매년 새로운 음악을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스무 살에 만나 어느덧 백발이 성한 노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일이 설레고,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두 사람!   내년에 떠날 유럽여행을 위해 세계지도를 펼치고 신곡 발표를 위해 오선지에 음표를 그려나간다.   어떤 영화보다도 로맨틱한 ‘백발의 연인’ 이들이 그려내는 곡에는 어떤 사랑의 선율이 담겨있을까?   1. 백발이 된 연인(戀人)  

음악에 빠져 살았던 작곡과 58학번 청년 안일웅. ‘숙대 문학의 밤’에서 스무 살 동갑내기 한소자를 만났고 시를 낭송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운명을 느꼈다.   그리고 스물여섯이 되던 해 겨울- 여느 때처럼 단골 다방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장미꽃 한 송이와 시 한 소절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그리고 부부로… 5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걸어왔다.   어느덧 백발이 성한 노인이 되어버린 안일웅(75) 한소자(75) 부부. 그러나 사랑만큼은 늘 풋풋한 스무 살이다.   매일 아침상을 대령하고 설거지하는 아내를 위해 슬쩍 선풍기를 놓아주고 밖에 나가면 자진해서 짐꾼이 되는 진정한 젠틀맨, 일웅 씨 기념일 때마다 손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여전히 멋진 남편을 보며 수줍어하는 열아홉 소녀감성, 소자 씨 “한~” “안~” 서로의 애칭을 부르며 어디든 꼭 붙어 다니는 부부는 아직도 ‘연애 중’ 이다.   2.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안일웅 씨는 자칭타칭 “콩나물 미치광이” 매번 새로운 시도로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작곡가다.   윤이상, 백남준 등이 거쳐 간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서 ‘안일웅의 밤’이라는 이름을 걸고 네 차례나 초청공연을 할 정도로 유럽에서도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   오전이면 어김없이 작업실로 향하는 일웅 씨- 그런데, 그가 향하는 곳은 동네 피아노 학원이다?!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자신의 피아노를 기부한 일웅 씨, 학생들이 없는 오전 시간을 이용해 학원에서 작업을 하고 있단다.   그동안 무대에 올린 수많은 곡들이 이 작은 학원에서 탄생했다는데! 소자 씨는 남편의 곡에 노랫말을 입히는 작사가- 부부는 평생의 반려자이자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 음악을 만들어왔다.   “음악이 곧 우리 자식이에요.” 부부에게는 사실 자식이 없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것이 인습이라고 생각했던 청년 안일웅-   소자 씨와 어렵게 결혼에 골인한 후에도 “아이는 낳지 않겠습니다!” 폭탄선언을 해버렸다. 게다가 삼대독자인 일웅 씨…   양가 어르신들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그 뜻을 굽히지 않았고, 아내는 묵묵히 남편의 선택을 따라주었다.   자식을 갖지 않는 대신 그 사랑을 아내와 음악에 쏟아 붓기로 다짐한 일웅 씨- 매년 아내의 생일 때마다 신곡을 발표하는 로맨틱한 작곡가다.   3. 인생 2악장: 아다지오 라멘토소(느리고 비통하게) 저녁이면 다이어리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웅 씨- 그의 수첩 속엔 부부의 힘겨웠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3년 전, 유방암 3기 말 진단을 받은 소자 씨-   행여 바쁜 남편이 걱정할까 싶어 몸이 아파도 병원가기를 미룬 탓이었다. ‘수술이나 한 번 해보자’는 절망적인 진단… 그녀는 큰 수술과 10년간의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견뎌야 했다.   “한이 수술실에 들어간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만약 수술이 잘못된다면 나도 한을 따라가야지, 다짐했어요.” 아내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웅 씨, 약 먹는 시간과 식단, 운동량까지 철저하게 수첩에 기록해나갔다.   가장 좋아하던 빵과 커피를 먹을 수 없는 아내를 위해 일웅 씨도 과감히 많은 식단을 포기했고 아내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그 시간을 버텨냈다.   이렇게 함께 길을 거닐고 따끈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순간순간이, 부부는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4. 평생에 둘 뿐, 그대 그리고 나  

스무 살에 만나 지금까지- 55년의 세월을 함께 해온 안일웅(75) 한소자(75) 부부 앞으로 남은 여정도 나란히 걸어가 보려 한다.   내년 2월에 초대된 독일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를 위해 작곡하랴, 무대 구상하랴…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고, 소자 씨의 생일기념 ‘라트비아’ 여행 계획을 위해 세계지도를 펼치고 돋보기를 꺼내든다.   마치 처음 연애하는 커플처럼 매일이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두 사람- “한 날 한 시에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게 소원이에요.” 음악도 삶도… 서로에게 평생 둘 뿐이었던 인생-   어제와 오늘이 그랬듯, 내일을 함께 걸어갈 마지막 사랑은 그대, 그리고 나입니다.   방송 : 2014년 9월 8일(월) 오전 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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