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위원장 송경희, 이하 개인정보위)가 지난 7월 30일 ‘개인정보 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가운데 8월 6일부터 31일까지 개인정보 포털과 소통혁신24를 통해 현행 제도의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 정책제안을 접수한다.
◆30년 전 설계된 동의 중심 규율, 한계 봉착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 법체계는 1990년대 중반 공공분야와 정보통신·금융 분야에 각각 도입된 이후, 2011년 개인정보 보호법 제정과 2020년 개별 법률에 분산돼 있던 보호 체계 통합을 거쳐 현재 구조를 갖췄다.
그러나 약 30년 전 디지털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된 개별적 동의 중심의 규율, 수집-이용-제공 등 단계별 근거 마련 체계가 핵심 구조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기관·기업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한 뒤 일정 기간 후 파기하는 단순한 처리 구조였지만, 데이터 사회가 심화하면서 이용자 본인의 정형데이터 중심에서 제3자 정보까지 포함된 비정형데이터로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AI 환경에서는 다양한 데이터가 누적 학습되고, 여러 기관이 데이터를 연계 활용하며,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게 개인정보위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동의 중심의 개인정보 규율이 실질적 보호를 담보하기 어렵고, AI 서비스 이용이나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개인정보위가 꼽은 대표 사례는 다음과 같다.
▲반복되어 형식화되는 개인정보 동의
적법처리 근거가 계속 확대돼 왔음에도 형식적 동의 관행이 이어지면서, 국민이 긴 동의서를 충분히 이해하기보다 형식적으로 동의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실질적 보호 수준과 통제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명정보 기반 국제 공동연구의 한계
현행법은 의료 등 과학적 연구 목적의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하지만,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시 국외이전에 대해 정보주체 동의를 받아야 해 문제가 된다.
이미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동의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국제 공동연구가 제한된다.
▲에이전트 서비스 제공의 어려움
AI 에이전트는 이용자 요청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다양한 정보를 조회·활용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서비스로 발전 중이다.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거나 외부 서비스·도구와 연계될 때마다 새로운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동의 기반 처리의 한계와 새로운 책임 구조 설정 등이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신규 프라이버시 이슈 부상
로봇, 드론, 지능형 안경(스마트 글라스) 등 실물 인공지능(피지컬 AI) 기기가 보급되면서 기존 법제로 포섭하기 어려운 프라이버시 이슈가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환경을 반영한 보호 원칙, 안전조치, 정보주체 권리 확보 방안 설계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민 참여형 정책제안 접수…연내 혁신 방향 발표
개인정보위는 8월 6일부터 31일까지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인정보 제도 혁신 정책제안’ 접수를 한다.
국민, 기업, 연구기관, 학계, 시민사회 등을 대상으로 공개 의견수렴을 진행해 현장에서 겪는 불편과 개선 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접수는 (개인정보 포털) 내 ‘알림/소통〉소통창구〉개인정보 제도 혁신 정책제안’에서 메일로도 가능하며, (소통혁신24)의 소통24〉정책제안〉혁신제안톡에서는 로그인 후 접수할 수 있다.
접수 대상은 ▲AI 시대 개인정보 보호 체계 개선이 필요한 분야 및 과제 ▲현행 법·제도 운영 과정에서 국민 및 산업계가 겪는 애로사항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 ▲AI 환경을 고려해 개선·수정이 필요한 개인정보 보호 원칙 ▲국민이 제안하는 혁신 아이디어 등이다. 우수 제안자에게는 개인정보보호위원장 표창이 수여된다.
개인정보위는 접수된 의견 중 국민 공감대와 효과성이 높은 우수 제안을 포함해 정책 과제를 선정하고, 공개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기업·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이를 종합해 AI 시대 개인정보 제도 혁신 방향을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위는 이 같은 절차가 정부가 이해관계자나 전문가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민과 현장을 정책 형성의 출발점으로 삼는 ‘일하는 방식 혁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인공지능 시대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면서도 국민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데이터가 책임 있게 활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개인정보위의 역할”이라며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정책형성을 통해 국민이 체감하는 제도 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