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병원 내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카바페넴 내성 세균의 주요 내성 유전자를 복잡한 장비 없이 40분 이내에 현장에서 검출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반 분자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카바페넴 내성균, 빠른 확산에 신속 진단 절실
최근 국내 병원에서는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도 내성을 가진 ‘카바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목(CPE)’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CPE는 중증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원내 확산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보유한 분해효소 유전자 종류에 따라 사용 가능한 치료 항생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속한 유전자형 확인이 필수적이다.
기존 표준 검사법인 PCR은 정확도는 높지만 검사 시간이 길고 전문 장비와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어, 의료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대안 기술 개발이 요구돼 왔다.

◆단일튜브 CRISPR 기술로 민감도 한계 극복
국립보건연구원 국립감염병연구소 약제내성연구과 연구팀은 등온증폭기술(RPA)과 유전자가위(CRISPR/Cas12a) 검출 반응을 하나의 시험관에서 동시에 수행하는 '단일튜브(one-pot) RPA-CRISPR/Cas12a' 분자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one-pot 방식은 증폭과 검출 반응을 단순 통합할 경우 검출 민감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CRISPR/Cas12a가 표적 DNA를 인식하는 데 필요한 짧은 염기서열인 PAM(Protospacer Adjacent Motif)을 변형(suboptimal PAM)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단일튜브 환경에서의 검출 효율을 기존 대비 약 10배 이상 향상시켰다.
▲극미량 농도에서도 검출 성공
이번 기술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CPE 내성 유전자인 KPC(blaKPC)와 NDM(blaNDM)을 각각 10⁻¹⁷ M 및 10⁻¹⁶ M 수준의 극미량 농도에서도 정확히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임상검체 평가에서 PCR에 준하는 성능 확인
실제 환자의 직장도말 검체를 대상으로 한 성능 평가에서는 실시간 유전자증폭검사(qPCR) 대비 민감도 94.4%, 특이도 98.7%를 기록했다.
검체 전처리부터 결과 확인까지 약 40분 이내에 완료되며, 온도 제어와 실시간 형광 모니터링이 가능한 휴대용 검출 장치와 연계해 현장 적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인용지수 10.5, 2026년 307권)에 ‘Rapid and sensitive detection of blaKPC and blaNDM in carbapenemase-producing Enterobacterales using a one-pot RPA–CRISPR/Cas12a system with modified PAM’라는 내용으로 게재됐다.
또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가 운영하는 국내 우수 연구성과 플랫폼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선정됐다.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복잡한 대형 장비 없이도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현장형 분자진단 기술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실증 연구를 통해 현장 적용성을 높이고, 실제 의료 환경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제품화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실증 연구를 거쳐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