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제약사이자 글로벌 제약기업 순위 상위권인 다케다(Takeda)가 오는 6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울 출신 한국계 미국인 줄리 김(Julie Kim)을 차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임명하기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한국계 인사가 주요 다국적 제약사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케다가 홈페이지를 통해 차기 CEO를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하며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만큼, 6월 24일 공식 취임 이후 줄리 김이 이끌 다케다의 차세대 성장 전략에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홈페이지 통해 차기 CEO 상세 소개…FAQ까지 마련
2025년 매출 4조 5057억엔을 기록한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줄리 김 차기 CEO를 상세히 소개하며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케다는 줄리 김에 대해 “30년이 넘는 글로벌 의료 경험과 혁신 진전, 삶을 바꾸는 의약품 접근성 확대, 환자와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영향을 제공하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9년부터 다케다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포용성, 겸손, 성장 마인드셋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결합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당선된 CEO로서 줄리는 다케다의 견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다케다의 다음 성장과 가속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케다 홈페이지에는 줄리 김 차기 CEO에 대한 자주 묻는 질문(FAQ)과 답변이 별도로 게재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FAQ에는 CEO 임명 시기, 취임 후 우선순위, 최초의 여성·한국계 미국인 CEO로서의 의미, 거주 예정지(도쿄 또는 보스턴), 출신 배경, 가족 관계, 취미, 좋아하는 명언 등 개인적인 질문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6월 24일 주주총회서 공식 임명 절차 진행
줄리 김은 2026년 6월 24일 개최 예정인 다케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이사 후보로 추천된 상태다.
주주총회에서 선출이 확정되면, 이사회는 총회 직후 줄리 김을 사장 겸 CEO로 공식 임명한다는 계획이다.
현 CEO인 크리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는 12년간의 재임 기간을 마치고 동 주주총회 종료 시점에 퇴임한다.
줄리 김은 2019년 다케다가 620억 달러에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Shire)를 인수하면서 다케다에 합류했으며, 2022년 4월부터 미국사업부 사장을 맡아왔다. 다케다 경영진으로서 7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셈이다.
◆취임 후 우선순위…신약 3종 출시·파이프라인 가속화
줄리 김이 CEO 취임 후 당장 추진할 우선순위도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첫째, 향후 12개월 내에 오베포렉스톤(obefazistone), 루스퍼티드(lusvertikimab), 자소시티닙(zasocitinib) 등 세 가지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둘째, 두 가지 유망한 항암 프로그램을 포함한 5개의 후기 임상 단계 자산과 나머지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핵심 브랜드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넷째, 조직과 프로세스를 혁신해 새로운 역량과 효율성을 창출하는 동시에 성장을 위한 투자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표성과 다양성 리더십 강조
줄리 김은 다케다 240여년 역사에서 최초의 여성 CEO이자 최초의 한국계 미국인 CEO가 된다.
이에 대해 줄리 김은 링크드인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 바 있다.
줄리 김은 “인생 초기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결국 중요한 건 능력과 열정이니까, 어떤 꼬리표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며 “학창 시절에는 교실에서 유일한 한국인 학생이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종종 유일한 여성이자 아시아인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꼬리표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표성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포용과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여성, 한국계 미국인, 아내, 어머니, 딸, 이민자라는 제 정체성은 제가 더 넓은 시각과 공감,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고 덧붙였다.
줄리 김은 “오늘날 자신이 ‘유일한 존재’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저를 통해 어떤 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신들도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며 "‘최초’이거나 ‘유일한 존재’였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우리 자신의 능력, 강점, 그리고 정체성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성 있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투자하고 그들에게 기여할 때, 우리는 미래의 리더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출신 한국계 1.5세…다트머스·켈로그 MBA 출신
줄리 김은 서울에서 태어나 유아기에 미국으로 이민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자랐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다트머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컨설턴트로 경력을 시작한 후 2000년대 초반 박스터에 합류하면서 제약업계에 뛰어들었으며, 이후 헬스케어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왔다.
미주한인위원회(Council of Korean Americans)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