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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주저함, 의사의 ‘한마디’가 부모 마음 바꾼다 - WHO 선정 글로벌 10대 보건 위협…“백신이 아닌 ‘접종’이 생명 살린다” - 인천성모병원 이진 교수, 대한소아감염학회 연수강좌서 ‘실전 상담법’ …
  • 기사등록 2026-05-1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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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한 체계적 소통 전략이 소개됐다.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진 교수는 지난 3월 15일 대한소아감염학회 제30회 연수강좌에서‘백신 주저함(vaccine hesitancy)을 가진 부모와의 상담 팁’을 주제로 발표했다.


◆거부가 아닌‘불확실성’…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이 교수는 백신 주저함을 단순한 거부로 보지 말 것을 강조했다. 백신 주저함이란 접종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접종을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현상으로, 완전 수용부터 완전 거부까지 연속적인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 WHO는 2019년 이를 글로벌 10대 보건 위협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효과적인 백신 소통의 목표는 보호자가 이 스펙트럼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화 방식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백신 주저함의 5가지 원인: 5Cs 모델

이 교수는 백신 주저함의 원인을 분석하는 틀로 ‘5Cs 모델’을 소개했다. 

2014년 WHO SAGE 그룹이 제시한 3Cs 모델이 2018년 5Cs로 확장된 것이다. 


▲무관심(Complacency)

첫째 ‘무관심(Complacency)’은 질병 위험을 낮게 인식해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신뢰 부족(Confidence)

둘째 ‘신뢰 부족(Confidence)’은 백신의 안전성·효과성, 보건의료 시스템, 정부에 대한 불신을 뜻한다. 과거 백신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나 거짓 정보, 신뢰할 수 없는 소문 등이 이를 부추긴다.


▲제약 요인(Constraints)

셋째 ‘제약 요인(Constraints)’은 비용, 거리, 시간 등 물리적·행정적 장벽이다. 

▲계산(Calculation)

넷째 ‘계산(Calculation)’은 백신의 위험과 이익을 개인적으로 따져보는 행위로, 부작용 우려나 비용 등이 접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집단 책임(Collective Responsibility)

다섯째 ‘집단 책임(Collective Responsibility)’은 자신의 접종이 사회 전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정도를 말한다.

특히 한 백신에 대한 우려가 다른 백신 전반의 불신으로 번지는 현상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뎅기 백신 안전성 논란이 홍역 접종률 하락으로 이어졌고, 덴마크에서는 HPV 백신에 대한 부정적 보도 이후 MMR 접종률까지 동반 하락한 사례가 보고됐다.


◆코로나19·정치가 백신 불신 키워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 주저함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시켰다. 

국내 연구에서도 18세 이상 성인 1,357명 중 39.8%가 백신을 주저하거나 거부했으며, 이유로는 안전성 불신(77.9%)이 가장 컸다. 

자녀를 둔 부모 1,025명 대상 설문에서도 부작용 우려(97.7%)가 접종 주저의 핵심 요인이었다.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온라인 허위 정보와 코로나19 초기 백신 접종 거부 사이에 상관관계가 확인됐으며, 허위정보가 많아질수록 접종률이 떨어지는 양상이 관찰됐다. 

허위정보(misinformation)는 거짓임을 모르고 공유하는 잘못된 정보이고, 역정보(disinformation)는 악의적으로 조작·유포되는 거짓 정보라는 점에서 구분된다.


백신 주저함에는 정치적 요인도 작용한다. 이 교수는 미국의 최근 상황도 소개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 위원 17명이 전원 해임됐고, 2026년 1월부터 소아 백신 권고 수가 약 17개에서 약 11개 질병으로 축소됐다. 일부 백신은 ‘공유 임상 의사결정(Shared Clinical Decision-Making)’ 범주로 이동했다. 


이에 미국소아과학회(AAP)는 CDC 변경과 별개로 기존 접종 스케줄을 유지하는 독자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위정보 대응 ‘사실-경고-오류 해명-사실’ 4단계로

이 교수는 백신 관련 허위 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실-경고-오류 해명-사실(Fact-Warning-Fallacy-Fact)’ 4단계 접근법을 소개했다. 

먼저 사실을 명확하고 기억에 남도록 전달한 뒤, 허위정보가 있다는 경고를 짧게 언급한다. 그 다음 오해가 왜 틀렸는지, 어떤 오도 전략이 사용됐는지를 설명하고, 마지막에 다시 사실을 강조하며 마무리하는 구조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나 신뢰받는 기관 같은 공신력 있는 출처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진료실에서 바로 쓰는 상담 기법

이 교수가 발표한 소통 전략의 핵심은 ‘강력한 권고’와 ‘경청’의 결합이다. 

먼저 ‘오늘 아이 접종하는 날입니다. 어느 쪽 팔에 맞을까요?’처럼 접종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옵트아웃(Opt-Out) 화법을 권했다. 

‘접종을 오늘 할건가요?’라는 질문 방식 대신, 접종이 당연한 절차임을 전제해 부모의 결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반사적 경청(Reflective Listening)도 중요하다.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셔서 걱정이 많으시군요’처럼 우려를 먼저 인정한 뒤 의학적 사실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또 CASE 기법(공감→내 경험→과학적 근거→권고)을 활용하면 부모가 ‘최소한 한 가지는 동의 받았다’고 느끼게 해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


짧고 강렬한 ‘엘리베이터 문구’도 효과적이다. 

“아이의 면역 체계는 매일 접하는 감기 바이러스 하나보다 백신 여러 개를 처리하는 것을 훨씬 더 쉽게 합니다”처럼 직관적인 비유로 부모의 불안을 해소하는 한 줄 답변이다. 

진료 마무리 시 ‘언제든 궁금한 점이 생기면 다시 와서 상담합시다’라는 문고리 발언(Door Handle Phrases)으로 한 번의 상담에서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방문의 가능성을 남기는 전략이다.

◆‘백신’이 아닌 ‘접종’이 생명을 살린다

이 교수는 끝까지 거부하는 보호자에 대해서도 관계를 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접종이 최선의 의학적 실천임을 분명히 전달하되,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Vaccines do not save lives. Vaccinations save lives(백신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접종’이 생명을 살린다)”는 메시지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아무리 좋은 백신이 개발돼도 실제로 접종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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