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밀로이드 계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효과를 부정하는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는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이를 반박하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코크란 리뷰 “인지 기능 개선, 임상적 의미 제한적”
이탈리아 볼로냐 IRCCS와 스위스, 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이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 데이터베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아두카누맙·레카네맙·도나네맙 등 7종의 항아밀로이드 약물을 투여받은 2만 342명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인지 기능(ADAS-Cog) 개선 정도는 위약군 대비 0.85점 차이였다.
연구팀은 “이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최소 차이(MCID)인 2~4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치매 중증도(CDR-SB)와 기능적 능력(ADCS-ADL) 역시 표준화된 평균 차이가 각각 -0.12와 0.09로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은 있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실질적 이득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환자에게 실질적인 임상적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목표로 하는 향후 임상시험이 환자에게 뚜렷한 이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부작용 측면에서도 뇌 부종(ARIA-E) 위험이 위약군 대비 현저히 높았으며, 1,000명당 107명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부분 무증상으로 뇌 영상 검사에서만 확인됐고, 임상시험마다 증상 보고 방식이 일관되지 않아 장기적 영향은 불분명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국내 전문가 일부 “우려했던 것이 확인된 결과”
이번 논문에 대해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뇌 내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성공적인 제거가 곧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아밀로이드 제거 중심의 패러다임을 염증 억제, 신경세포 보호 등 다른 메커니즘으로 전환해야 할 근거를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교세포과학 그룹 단장도 “레카네맙이 FDA 승인을 받았을 때 우려했던 것이 확인되는 결과”라며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보고된 임상 3상 결과에서 ‘less cognitive decline’이라는 표현은 인지 기능이 덜 악화됐다는 의미이지 호전됐다는 뜻이 아닌데, 높지 않은 효과가 긍정적으로 표현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RIA는 신경염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라며 “이번 논문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임상 결과를 통해 재확인시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 임상의사들 “서로 다른 세대 약물 묶어 평균 낸 것…과학적이지 않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치매 진료 현장에서는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이번 분석의 방법론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총 17건의 임상시험 중 과거 실패한 초기 약물 연구들과 최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인 레카네맙·도나네맙의 연구를 하나의 범주로 단순 통합했다는 지적이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대한치매학회 전략연구이사)교수는 “서로 다른 세대의 약물을 하나처럼 묶어 평균을 내듯 결론을 내린 것은 접근 방식부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문 발표 당일 영국 치매연구소(UK Dementia Research Institute)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와 기관들이 이번 메타분석이 최신 허가 치료제의 효과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최호진(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교수도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임상 성공은 가장 최근의 2건이었고, 그 전에는 많은 기대를 받은 약물들이 임상에서 실패했다”며 “이러한 실패한 연구 결과를 성공한 임상 연구와 함께 분석하면서 효과를 논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ARIA에 대한 해석도 쟁점이다.
최 교수는 “MRI 분석에서 ARIA 비중이 낮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대부분이 무증상이고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ARIA가 많이 나온다, 위험하다고 성급하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항아밀로이드 치료는‘'효과가 있다, 없다’로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환자의 특성과 치료 조건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치료이다. 따라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투여하고 어떻게 모니터링했는지를 함께 고려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엇보다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 해석과 언론 보도 모두 훨씬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