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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이어 진단 난민 온다”…MRI 규제 완화의 그림자 - 판독 오류 연구 “67건 이상 몰아 판독 시 오류율 2.26배” - MRI 오진으로 간암 환자 사망한 법원 판결도…전속 기관서도 사고 발생 - “장비는 돌아가도 진단 후퇴”…공장형 판독·의료취약지 이탈·전공의 지…
  • 기사등록 2026-04-20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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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에 이어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 난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영상의학회(회장 정승은)는 보건복지부가 MRI 운영 영상의학과 전문의 기준을 ‘주 1일·8시간 비전속’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에 대해 이같은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판독 오류, 환자 생명과 직결

영상의학과 판독이 환자의 생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국제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상의학과 판독 오류로 인한 의료 소송에서 가장 흔한 환자 피해는 악성 종양 미발견으로, 전체 소송의 35%를 차지했으며 미발견 환자의 26%가 사망했다.

전 세계 연간 영상검사 건수를 감안하면, 3~5%의 오류율은 약 4,000만 건의 진단 오류로 이어진다는 추산도 나온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피해 구제신청 중 암 오진이 58%로 가장 많았다.

실제로 한 병원이 MRI 영상 판독에서 간암과 간혈관종을 모두 고려하지 않은 채 간혈관종(양성 종양)으로 확진하는 과실을 범해 환자가 간암 치료 기회를 상실하고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특히 판독량과 오류율의 관계는 명확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번의 근무에 67~90건 이상의 영상을 판독하면 오류 발생률이 2.26배까지 치솟았다.

MRI 1대 가동 시 주당 약 55~100건의 검사가 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주 1일만 방문하는 전문의가 한 주 치 영상을 몰아 검토하는 구조에서 오류는 구조적으로 폭증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 시행 시 예상되는 시나리오

▲공장형 판독 우려

영상의학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자본력 있는 의료기관이 MRI 장비를 여러 대 도입하되 전문의는 상시 고용하지 않고, 주 1일 방문하는 비전속 전문의에게 수십~수백 건의 영상을 몰아 판독하게 하는 구조다.

전문의 인건비는 줄이고 건강보험 적용 MRI 검사 수익은 그대로 챙기는 형태로, 검사의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행태가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셈이다.


▲품질 관리 붕괴와 진단 난민

MRI는 검사 프로토콜이 환자 개별 상태에 따라 실시간 조정이 필요하고, 응급 판독 대응과 장비 성능 모니터링에 상시 전문가가 요구된다.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기관에서 품질 관리가 무너지면 해상도가 낮거나 설정이 잘못된 영상이 생산되고,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정확한 판독을 받지 못한 환자가 대형 병원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진단 난민’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료취약지 이탈·전공의 감소…중장기 역효과도 우려

개정안의 부작용은 단기적 품질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는 우려다.

비전속 기준 완화가 전국에 일률 적용될 경우, 의료취약지에 정착해 있던 전문의들이 수도권에 주소를 두고 복수 기관을 주 1일씩 순회하는 방식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긴다.

이는 오히려 의료취약지의 영상의학 역량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공의 수급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과거 2000년대 초 판독료 제도 변화 및 인력 기준 완화 정책 시행 당시, 영상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40% 이하로 급락한 사례가 있다.

전문직 안정성이 흔들리면 수련 인력 유입이 줄어 장기적으로 전문의 부족이 심화되는 역설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회장은 “전속 전문의 제도는 단순한 행정 규정이 아니라 MRI 검사의 프로토콜 설계, 영상 품질 실시간 감시, 문제 발생 시 즉각 개입이 가능한 환자 안전의 최후 보루”라며 “선진국들이 인력 부족에도 기준을 낮추지 않는 이유는 이 방어선이 무너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영상의학회 도경현(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차기 회장은 “인력 부족은 기준을 낮출 이유가 아니라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는 등 더 스마트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장비가 있어도 그 장비가 내놓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 환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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