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면장애 환자들이 효과적인 신약을 눈앞에 두고도 비급여 부담과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한수면연구학회(회장 신원철)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2026 세계 수면의 날’ 기념 심포지엄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문제들을 제기했다.

◆불면증 혁신 신약 DORA, 올해 출시 예정 ‘비급여 장벽’
기존 벤조디아제핀·비벤조디아제핀 계열 수면제는 장기 사용 시 의존성·내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에 반해 오렉신 수용체를 차단해 수면을 유도하는 DORA(Dual Orexin Receptor Antagonist) 계열 약물은 의존성이 적고 보다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회복시키는 혁신적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DORA 계열 약물인 렘보렉산트(상품명 데이비고)와 다리도렉산트(상품명 큐비빅)는 올해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대한수면연구학회 김지현(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부회장은 불면증·하지불안증후군·기면병 등 주요 수면질환에서의 약물 치료 사각지대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두 약제 모두 비급여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에 따른 처방 제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약값이 어느 정도일지 모르지만 비급여로는 비용 부담이 상당해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기저 질환이 있는 취약 계층 환자들에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 약가 문제로 2024년 9월 국내 철수
▲코리아 패싱 현실화
코리아 패싱이 이미 현실화된 사례도 있다.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성분명 피톨리산트)는 히스타민 H3 수용체를 조절해 각성을 유도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로, 미국·유럽 수면학회에서 권고되는 치료제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돼 왔지만 국내 약가가 글로벌 시장 대비 지나치게 낮아 개발사인 프랑스 바이오프로젝트파마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2024년 9월 16일부로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제약사, 자진철수
동일 성분의 대체 약물이 없어 기면병 환자들은 치료 공백을 겪게 됐으며, 현재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비급여로 약을 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신원철 회장은 “회사가 적자를 감수하고 낮은 약가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보험 협의가 결국 이뤄지지 않아 자진 철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리암페톨, 소디움 옥시베이트 등 국내 미도입
비슷한 이유로 SK바이오팜이 개발한 기면병·수면무호흡증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미국에서 2019년부터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기면병·탈력발작에 효과가 있는 소디움 옥시베이트 역시 국내 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불안증후군 300만 환자, 1차 치료제도 비급여
하지불안증후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환자 수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흔한 질환임에도, 2016년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 프레가발린과 가바펜틴이 국내에서는 해당 적응증에 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들이 매달 수십만 원의 약값을 자부담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급여 적용을 받는 치료제는 도파민 작용제뿐인데, 이 약은 장기 복용 시 약 20%에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신 회장은 “학회에서 여러 차례 보험 적용을 신청했지만 아직도 개선이 없는 상태이다. 미국·일본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약들이 한국에는 5~6년 늦게 들어오고, 급여도 적용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국내 약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인하 요구가 이어져 제약사가 한국 출시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면장애를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공공 보건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하지불안증후군 1차 치료제(프레가발린·가바펜틴) 급여화 ▲DORA 계열 신약의 전향적 요양급여 적용 ▲필수의약품 코리아 패싱 방지 및 안정적 공급망 구축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