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노출에 따른 플라스틱의 잠재적 유해성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환경·보건 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방사성동위원소 표지 기술을 활용해 나노플라스틱이 피부를 투과하여 전신 순환계에 도달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이진경) 김진수 박사 연구팀(홍아름·정혜주·조이시산무게아·김승연 박사과정)은 미세플라스틱의 경구 및 흡입 노출 경로를 규명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나노플라스틱의 피부 노출 경로를 밝혔다.

(사진 : 홍아름·정혜주·조이시산무게아·김승연 박사과정,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먼저 방사성요오드(I-125)를 표지한 20나노미터(nm) 크기의 나노플라스틱을 실험 쥐의 피부에 도포하여 장·단기간의 전신 이동 경로를 단일광자 방출 전산화단층 촬영(SPECT/CT) 영상으로 분석했다.
분석결과, 나노플라스틱이 10일 이내에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명확히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비교군으로 사용된 단독 요오드(나노플라스틱에 결합되지 않은 상태)는 림프절 내 신호가 전혀 관찰되지 않아, 나노플라스틱 입자 자체가 피부에서 림프절까지 이동한 것임을 입증했다.
장기 노출 실험에서는 나노플라스틱이 림프절(1주), 폐(3주), 간(4주) 순으로 주요 장기로 이동하는 전신 확산 경로를 확인했다. 특히, 4주 말에는 혈류에서도 검출되어, 피부 국소 노출이 전신 순환으로 이어지며 다양한 장기와 조직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어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의 장기간 피부 노출이 분자 수준에서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3개월간 반복 노출 실험 결과, 나노플라스틱은 294개의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고 144개를 감소시켜 전반적인 유전자 발현 패턴을 변화시켰다.
특히 염증·노화 관련 유전자(TNF-α, IL-6, CD207, MMP-3, CCL2 등)의 발현이 2배 이상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조직 분석에서는 피부층 두께 감소가 확인되어 반복 노출이 피부 노화와 만성 염증을 촉발함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생물학적 변화가 나타났음에도 피부 장벽 기능을 나타내는 경피 수분 손실(TEWL, Transepidermal Water Loss) 지표는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분 차단 기능 등 전통적인 피부 장벽 지표가 정상 범위를 보이는 상태에서도 나노입자가 체내에 침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피부를 통해 림프계와 주요 장기를 거쳐 전신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성과다. 연구팀은 그간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신체를 효과적으로 보호한다고 여겨졌던 피부장벽을 나노플라스틱이 모공을 통해 관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나노플라스틱의 반복적·장기적 노출이 인간 건강에 미칠 잠재적 위험성 및 생체 내 영향 평가를 위한 중요한 기초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그림 : 나노플라스틱(nPS)의 피부 반응 및 전신 확산 과정]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2025년 11월 21일자 온라인판에 ‘In Vivo Tracing and Systemic Organ Biodistribution of Nanopolystyrene following Chronic Dermal Exposure’라는 내용으로 게재됐다.
김진수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플라스틱의 체내 이동과 생체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플라스틱이 인간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여 보다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관고유사업으로 진행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설 운영 및 응용연구’와 한국연구재단 우수연구·중견연구사업(유형1)으로 진행한 ‘미세플라스틱 흡입과 폐암 발생 가능성: 입자 크기와의 상관성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