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크림을 바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습관이 되었지만, 정작 눈 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강한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백내장과 황반변성 등 심각한 눈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자외선 노출, 백내장 발생 위험 20% 증가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지만 자외선 노출 또한 주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백내장 환자의 약 20%가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고대구로병원 안과 최광언 교수는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정체 내 단백질 변성이 가속화되어 백내장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백내장이 진행되면 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하고, 강한 빛에 대한 눈부심이 심해지거나 빛이 퍼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간 시력 저하, 복시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백내장은 진행 속도가 개인마다 다르지만, 일단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므로 증상이 심해질 경우 수정체 제거술 및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황반변성 환자 5년간 2.5배 급증…65세 이상 실명 주요 원인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인구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200,471명이었던 황반변성 환자수가 2023년에는 497,338명으로 최근 5년동안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제생병원 안과 길현경 주임과장은 “초고령화가 되면서 진료실에도 황반변성으로 치료받으시는 환자분도 많아지고 있고, 황반변성의 치료인 안구 내 주사 시술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황반변성은 아프지 않고 느리게 진행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병을 느끼지 못하다가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면서 병원에 오시는 경우가 많아 치료시기를 놓친 후에 내원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황반변성의 정확한 명칭이 '나이 관련 황반변성'일 정도로 황반변성은 나이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고, 세포기능이 떨어지면서 황반변성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60세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최광언 교수는 “특히 자외선은 망막 세포에 산화적 손상을 유발하여 황반변성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며 “따라서 강한 햇빛 아래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경우 반드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습성 황반변성, 급격한 진행으로 실명 위험 높아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길현경 주임과장은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고 망막색소상피세포와 시세포가 서서히 위축되는 질병으로 전체 황반변성의 80~90%를 차지한다”며 “아주 서서히 진행되고, 시력저하가 대부분 크지 않아 항산화비타민과 루테인 등을 복용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부종이나 출혈 때문에 생기게 된다.
길 주임과장은 “황반에 물기가 고여 시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며, 황반변성의 10%정도이지만 매우 급격하게 진행되므로 실명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어린이도 자외선 차단 필수…UV400 등급 선글라스 선택해야
자외선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시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이의 수정체는 성인보다 투명하여 자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므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망막 손상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정준규 교수는 “자외선은 백내장을 유발할 수 있으며, 군날개와 같은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특히 각막은 외부에 노출된 조직으로,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각막 화상(광각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 바닷가, 캠핑장, 고산지대처럼 자외선 반사가 심한 환경에서는 각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자외선을 차단하거나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글라스는 단순한 패션용이 아니라 자외선(UVA· UVB)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필수 보호 장비”라고 강조했다.
최광언 교수는 “선글라스를 사용할 때는 단순한 패션용 선글라스가 아니라 자외선 차단 기능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오히려 더 많은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당부했다.
◆ 자외선 차단 생활 습관 실천 중요
결국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습관 실천이 중요하다.
햇빛이 강한 시간대(오전 10시~오후 3시)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챙이 넓은 모자를 활용해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광언 교수는 “백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야외활동 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으며, 흡연은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