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제정된 간호법이 오는 2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자격과 업무, 권리, 처우 개선 등을 담고 있으며, 그간 음성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맡아온 약 1만 7,000명의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법안에서 간호사는 ‘환자의 진료 및 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일반적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 PA간호사 업무범위 논란…제도화 지연
하지만 PA간호사 제도화는 하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시할 하위법령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이 아직 입법예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규칙안에는 수술 부위 드레싱, 수술·시술 및 검사·치료 동의서·진단서 초안 작성, 피부 봉합, 골수·복수 천자 등 45개 행위가 진료지원업무로 제시됐다. 상당수는 전공의들이 수행해온 업무다.
▲ 의사 및 간호사들도 반발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의료인 간 역할 구분을 흔들고 법적 책임 문제도 모호하다”고 반발했다.
간호사들도 “업무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간호사 5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결과 92.9%가 “PA 업무범위 확대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 교육기관 주도권 놓고도 갈등
PA간호사 교육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규칙안에는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병원급 의료기관 등이 교육기관으로 포함됐는데, 간협과 의협은 각각 자신들이 교육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협은 “특히 PA간호사 교육을 ‘신고제’로 할 경우 교육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전담간호사 자격증 도입을 주장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며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7월 이후에 입법예고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후 규제개혁위원회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시행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요구 목소리
법 시행을 앞두고 간호법 개정 논의도 시작됐다.
간호법 29조는 국가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간호사 정원을 ‘연평균 1일 입원환자 수를 2.5로 나눈 수’로 규정하고 있지만, 1962년 이후 개정되지 않아 변화한 보건의료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간호대 배성희 교수는 지난 19일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수록 병원 내 사망률, 감염 발생률, 입원 기간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해 간호사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체외순환사 업무 갈등도 부상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심장 수술 체외순환사 업무를 둘러싼 갈등도 제기됐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지난 5월 성명서를 통해 “60년간 자체적 제도와 교육으로 체외순환사라는 특수인력을 양성해왔지만, 간호법 시행 후 이 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대한간호협회가 체외순환을 단순 전담간호사의 업무로 분류하며 200시간 약식 교육만을 의무 규정으로 한 것을 “60년의 퇴보”라고 반발했다.
수십 년간 체외순환 업무를 수행해온 의료기사 인력들이 간호법상 의료지원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2005년부터 19년간 난항 끝 제정
한편 간호법 제정은 2005년부터 시도됐지만 다양한 의료 직역들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지연됐고, 2023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폐기됐다가, 지난 2024년 2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료공백과 맞물려 제정 논의가 재개됐다. 지난해 8월 여야 합의로 최종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법 시행령과 함께 제정되는 시행규칙에는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구성·운영, 인권침해 예방교육 시행 등이 신설됐다.
정부는 5년마다 간호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사단법인 형태로 운영돼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