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오유경 처장)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메트암페타민(필로폰)과 코카인 등 주요 불법 마약류의 사용추정량이 5년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5년간 하수역학 조사 결과
하수역학 조사는 마약류 사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사기법으로,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잔류 마약의 양과 종류를 분석하고 하수 유량과 인구수 등을 고려해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유럽이나 호주도 유사한 방식으로 마약류 사용 경향을 파악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 주관 하수역학 연구팀이 지난 5년간 전국 인구의 50% 이상을 포괄하는 17개 시·도별 최소 1개 이상 총 34개소의 하수처리장을 선정해 조사를 수행했다.
▲ 메트암페타민 사용량 59% 급감
메트암페타민, 코카인 등 주요 불법 마약류의 합계 사용추정량(1,000명당 일일 평균 사용추정량)은 2020년 31.27mg에서 2024년 15.89mg으로 5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매년 조사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지만, 2024년 사용추정량은 2020년 24.16mg 대비 59% 감소한 9.86mg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2,667mg(2023년), 유럽 42mg(2024년), 호주 1,446mg(2023년)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MDMA도 감소
MDMA(엑스터시)의 사용추정량도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 1.71mg에서 2024년 0.62mg으로 감소했다.
코카인의 사용추정량은 2024년 1.23mg으로 전년 1.43mg 대비 감소했다.
◆ 외국인 밀집 지역 마약 사용량 높아
지역별 분석 결과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인천 및 경기 시화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밀집 지역 12개소의 메트암페타민 사용추정량은 전국 평균 대비 약 141% 수준이었으며, 이는 외국인 마약 사범 증가 경향과 일치했다.
외국인 마약 사범은 2022년 2,573명에서 2023년 3,151명, 2024년 3,232명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경찰청·대검찰청 등으로 구성된 범정부 합동단속반을 운영하여 외국인 밀집 시설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한다는 계획이다.
(지도)5년간(2020~2024) 지역별 사용추정량 평균
◆ ‘우리동네 하수 감시망’ 사업으로 확대
식약처는 올해 하수역학 조사사업을 ‘우리동네 하수 감시망’ 사업으로 발전시켜 광범위하고 정교한 추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 분석 대상 15종→200여 종 확대
분석대상 성분을 2024년 불법 마약류 15종에서 의료용 및 신종 마약류를 포함한 200여 종으로 대폭 확대한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유입 여부, 사용 추세 변화 분석,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물질에 대한 신속한 조치 등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시는 배수 분구 중 10개 이상 지점에서 추가 채수하고,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경우 관련 건물 정화조 등에서 추가 채수하여 추적성을 높인다.
▲ 데이터사이언스 접목한 정밀 분석
마약류 중독자가 방문하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 의료용 마약류의 인체시료 분석 결과와 하수역학 분석 결과를 비교·분석한다.
이를 통해 불법 마약류 사용량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중독자의 불법 마약류 사용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
데이터사이언스를 접목하여 하수역학 데이터와 거주인구, 건물통합정보, 범죄 건수, 소득·교육 수준 등 사회인구학적·경제학적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마약류 사용지역 분포도 추정한다는 계획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전국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5년 연속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것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불법 마약 사용 근절에 나서고 정부도 경각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요 불법 마약류 사용추정량이 감소한 것은 그동안 수사나 단속을 강화하고 예방 교육, 홍보를 열심히 한 효과로 볼 수도 있으나, 지속적인 조사와 중독 예방·재활 활동에 힘써야만 비로소 마약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련 수사기관 및 지자체에 공유하고, 고위험 지역에 대한 집중 예방 교육을 하는 등 하수역학 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하여 마약류 예방 및 단속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