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응급실 진료 시스템을 붕괴시키며 중증 응급환자의 적절한 치료 기회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 응급실 진료 역량 급감.…중증환자 치료 차질
전국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진료 역량이 전공의 이탈로 인해 크게 저하되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현재 응급실은 전공의 이탈로 전반적인 진료 역량이 떨어져 진료할 수 있는 환자가 줄어든 상태로 하향 고착화됐다. 응급실 포화로 중증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수치로 증명한다.
2024년 9월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6만 4,416명이며, 전년 같은 기간(14만 9,307명)보다 56.86%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 하락이 아닌 중증 응급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 기회가 박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장기적 응급의료 위기 불가피…“향후 3년간 파행”
응급의학계는 응급실 진료 차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장기적 문제로 발전했다고 경고한다.
이형민 회장은 “병원으로 돌아오려고 한 전공의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떠났고, 연차를 가리지 않고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대부분이 올해 군의관으로 가게 돼 향후 3년간 파행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미 응급실 내원 환자 감소는 장기화 추세를 보인다.
작년 월별 증감률은 3월 -43.87%, 4월 -47.58%, 5월 -47.34%, 6월 -44.09%, 7월 -44.64%, 8월 -46.05%, 9월 -56.86%로 지속적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응급수가 진료비에도 반영되어 작년 9월 건강보험 응급수가 진료비는 약 135억원으로, 전년 9월(약 204억원)보다 33.94% 감소했다.
◆ 근본적 해결책 필요…의료 인프라 확충 시급
의료계는 응급의료체계의 근본적 개선이 없이는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형민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응급실 의사에 대한 법적 위험성을 줄이고 중증환자를 최종 치료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미래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진선미 의원 역시 “응급실 내원 환자 감소는 의정갈등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 결과이다. 의료체계 정상화를 서둘러 더 이상의 의료 피해를 발생시키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전공의 인력 복귀뿐 아니라 응급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