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2일 간호사의 골막천자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소재 A병원에서 전문간호사들로 하여금 골수 검체 채취를 위한 골막천자를 시행하게 하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데, 2,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재판부의 결정을 파기하고 간호사의 인체 침습적 의료행위를 무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골막천자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바늘을 이용해 골막뼈의 겉면(골막)을 뚫고 골수를 흡인하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행위이므로 마땅히 면허된 의사만이 수행하여야 안전이 보장되는 침습적 의료행위이다.”라며, “전문간호사라 할지라도 한 분야에 특정된 ‘간호사’ 자격을 부여받았을 뿐,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본질적으로 ‘간호사’의 면허된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인데, 부위의 안정성, 단순 숙달 등을 이유로 면허된 범위가 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10월 변론기일 논리 문제 제기
대법원은 지난 10월 이 사건의 변론기일에서 “골수 검사는 인체 내 동일하게 퍼져있는 골수라는 대상의 범용성과 주사 부위가 가지는 안정성 때문에 단순 반복이 가능한 독특한 영역, 매뉴얼과 프로토콜에 의해서 시행이 가능하며 숙달되는 것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한 바 있다.
의료인은 종별로 면허된 의료행위가 다르고, 면허의 종류에 따른 교육 및 국가시험 등의 절차를 의료법에서 구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계없이 ‘단순 숙달되는 것’에 의해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간호사뿐만이 아닌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 또한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적용 가능한 논리라는 주장이다.
◆대법원 판결 일관성에 의문 제기
지난 의료법 관련 판례 중, 간호조무사의 수술 부위 소독 및 드레싱에 대해 “소독 및 드레싱은 의학적 전문 지식이 있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재판부의 판결과 비교하면 ▲검사부위 소독 ▲국소부위 마취 ▲메스로 검사부위 절개 ▲흡인 바늘을 힘을 주어 돌려 장골 골수 채취 부위에 주사기 연결 ▲골수를 주사기에 흡인 등의 과정이 필요해 훨씬 침습적일 수밖에 없는 골막천자를 전문간호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과연 일관성이 있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에 “참담한 심정”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에 대해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정의한 그간의 대법원 판단 기조까지 무색하게 만든 오늘의 판결에 우려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군대에 경험 많은 병장 있으니 장교는 없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발상”
또한 동 사건의 변론기일에 출석한 피고 측 참고인의 진술 중 “전공의들이 턴을 돌아가면서 골수 검사를 하다보니 검체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전문간호사에게 전담시킨 것”, “고발된 이후 다시 전공의들이 수행하다보니 검체의 질이 다시 낮아졌다”라는 발언은 마치, 군대에 경험 많은 병장이 있으니 장교는 없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병장·부사관·중사·상사·주임원사가 경험이 많고 유능할지라도, 전시를 대비해 사관학교를 통해 소위를 배출하고 장교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어 더욱 효과적임을 빗대어 설명할 수 있다. 의사 면허제도 역시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장기적으로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입증됐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의료전문지식이 없는 법원에서 의학적 판단이 아닌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극히 우려하고 있었고, 이 판결 또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향후에도 이런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간호사 불법진료신고센터’를 통해 간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발 등의 조치를 통해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국민피해를 방지하고 간호사는 물론 타 직역의 불법의료행위를 저지하고자 하는바, 보건의료질서 및 국민건강권 보호에 있어 마땅히 지켜져야 할 원칙을 져버리고 의료인 간 면허범위의 근간을 해치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자행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병원의사협의회도 “의료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든 대법원의 오판을 규탄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잘못된 판결들을 통해 이 나라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킨 핵심적인 책임이 사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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